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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광장 드론쇼·영어로 인사도…北 미래 보고왔어요"

'북한서 새해맞이' 한국거주 네덜란드인 바트 여행기
"놀라운 변화…평화시대 와서 한국인도 가볼수 있길"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019-02-27 10:34 송고 | 2019-02-27 11:51 최종수정
바트 반 게누그텐 아버지가 평양에서 찍은 사진(바트 반 게누그텐 제공) © 뉴스1
바트 반 게누그텐 아버지가 평양에서 찍은 사진(바트 반 게누그텐 제공) © 뉴스1

"변혁의 바람이 부는 북한의 2019년 1월 1일, 김일성 광장에서 수십만명의 북한사람들과 함께 맞이한 새해는 앞으로도 제 인생에서 잊히지 않을 기억입니다. 최첨단 드론쇼부터 서울세계불꽃축제 같은 폭죽까지…프로파간다(정치적으로 과장된 선전)라고 하기에는 북한이 정말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 살고 있는 바트 반 게누그텐(Bart van Genugten)은 27살 네덜란드 청년이다. 본국에서 사회지리학과 국제갈등에 대해 전공한 그는 지난 2014년 성균관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7년부터는 아예 한국에 눌러살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바트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올래 1월3일까지 해를 넘겨 북한 여행을 다녀왔다. 

개혁·개방 바람이 불고 있는 북한은 올해 사상 최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인 북한 여행은 지난해 8월 미 국무부 금지조치 연장에 가로막혔지만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이해 중국인 관광객도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북한을 찾는 해외 관광객의 80%가량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각각 하노이에 도착한 가운데 북한 변화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온 바트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남북상황이 좋아져서 한국인들도 북한의 발전상을 직접 볼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트는 아버지와 함께 고려여행사를 통해 북한을 찾았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시대 여파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바트의 아버지는 '금단의 땅' 북한 방문을 끝까지 고민했지만 한국에 살면서 '평화의 바람'을 느낀 바트 설득으로 동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차례나 만나면서 북한 내 분위기가 좀더 개방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소식도 여행의 당위성을 더했다.

바트는 "지금 시점의 여행은 과거 북한과 미래 북한을 모두 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주저없이 북한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5박6일 일정을 모두 고려여행에서 짜둔 패키지대로 움직였다. 그는 평양, 개성, 사리원, 판문점, 남포 등을 방문했다.

2019년 1월1일 평양 김일성광장 신년맞이 축제 모습. 하늘을 수놓는 폭죽쇼(상)와 함께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드론으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 바트 반 게누그텐 유튜브 아이고바트 갈무리) © 뉴스1 황덕현 기자
2019년 1월1일 평양 김일성광장 신년맞이 축제 모습. 하늘을 수놓는 폭죽쇼(상)와 함께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드론으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 바트 반 게누그텐 유튜브 아이고바트 갈무리) © 뉴스1 황덕현 기자

패키지 여행이었지만 일정은 대체로 자유로웠다. 군사시설만 대놓고 촬영하지 않을 경우 어떤 제재도 없었다. 자연스러운 주민 접촉도 가능했다. 일각에서 '방문지 전체가 거대한 세트장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바트는 "누구나 방문해보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금방 느낄 것"이라며 손사래쳤다.

바트는 그 증거로 자유로운 주민 만남을 예로 들었다. 푸른 눈의 외국인을 대하는 북한 사람들은 스스럼이 없었다. 초·중등학생은 영어로 안부인사를 건넸고 간단한 대화도 이어졌다. 바트는 "미국식 영어 발음과 영국식 영어 발음이 섞여 있었다"면서 "평양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외국인이나 서양문화에 대한 경계심은 전혀 없어서 (남북미 관계가 좋아질 경우) 향후 개방에도 문제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바트는 특히 북한의 학구열과 독서열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는 평양의 김일성대와 북한 최대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 개성의 성균관대, 사리원의 교대와 공대 등을 방문했다. 모두 북한을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바트는 "마주한 많은 사람들 손에는 책이 많이 들려 있었고, 무언가 읽는 모습도 많이 봤다"고 회상했다. 또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핀 등 영어 원서도 수차례 대여된 흔적을 봤는데, 이곳이 정말 최근까지 반미를 주창하던 국가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바트 반 게누그텐이 지난 18일 <뉴스1>과 인터뷰를 마친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 인근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바트 반 게누그텐이 지난 18일 <뉴스1>과 인터뷰를 마친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 인근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그가 여행 중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순간은 2019년 1월1일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새해맞이 축제다. 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 축제는 눈 조각 전시, 모란봉 악단 공연, 불꽃놀이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드론을 이용해 '새해를 축하합니다'는 문구를 쓰거나 강아지, 다람쥐, 꽃봉오리 등을 만들면서 분위기를 북돋웠다. 그는 이 행사가 "북한 주민에게 자신들의 발전상을 보여주려는 의도와 함께 대외적으로도 개방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바트는 한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상태다. 현재는 평화봉사단에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영어와 네덜란드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한국 곳곳을 소개하는 전업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는 바트는 "남북통일 혹은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시기가 오면 이번에는 판문점과 판문각을 통해서 북한을 여행하면서 곳곳을 싶은 소망이 있다"고도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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