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9.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가 동성애 및 동성혼 등에 관한 진 후보자의 인식, 동성애와 에이즈(AIDS) 발병 간의 연관성 논란 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관한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진 후보자는 '동성애 찬성'을 묻는 김순례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변호사 활동을 하며) 의뢰인으로 만난 수많은 사람, 성소수자도 나와 같은 사람이며 성소수자라는 것만으로 차별 받으면 안 된다는 인권적인 관점에서 함께해 왔다"고 밝혔다.또 김 의원은 진 후보자가 기독교 교인이라는 점을 언급, '성경 교리와 동성애가 배치된다'고 지적했고 이에 진 후보자는 "수많은 국가에서도 국민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미국에서도 얼마 전 동성혼 (제도가) 통과됐다"고 답변을 갈음했다.
진 후보자는 "호주제 (폐지운동을) 10년간 하면서 가족제도는 한 번도 멈춰섰던 적이 없다"며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간 차별을 받게 하고 억압기제로 작용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 구성원의 합의가 모아지면 제도 또한 변화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송옥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진 후보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과 차별로 인해 고민하던 성소수자 의뢰인을 만난 일화를 언급하면서 격앙된 어조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진 후보자는 "모태신앙을 가졌던 아이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과 (본인이) 다른 것을 느끼고 10년이 지나도 자신이 바뀌지 않는 모습 속에서 삶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손에 그어진 자국을, 그 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정책에서도 자살, 자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끊임없이 말하지 않나. 그 아이들을 그렇게 외면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비판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서 "2016년 총선 당시 저와 진 후보자 등 몇몇 후보 대상으로 성적 소수자 지지자라는 이유로 새누리당은 당의 전력을 쏟아서 동성애자 지지 후보 사퇴 촉구까지 했다"며 "(한국당은) 지속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질의와 발언을 계속하고 있고, 이를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표 의원은 "한국당 내부에서 당 전체가 (성소수자를) 차별하자고 의결한 건지, 의원들의 개별 인식이 자유롭게 발휘되는지 정리해야 한다"며 "진 후보자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소수자의 구호 활동을 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고 대한민국의 시대정신 등에도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의 정춘숙 의원은 "동성애 문제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냐"고 물은 뒤 진 후보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후보자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문제로 차별을 불러일으켜서 인권이 침해되는 데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지적과 진 후보자의 입장 표명에도 한국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동성애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윤종필 한국당 의원은 진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도록 하는 군 형법 92조의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군은 상명하복 조직인데 병사들 사이에 상급자에 의해 하급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할 경우 하급자가 이를 (상호 합의가 아니었다고) 부정하기가 쉽겠냐"고 물었다.
또 "상하급자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병사들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봤느냐"며 군 형법 조항 폐지에 대한 후보자의 소신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군 형법은 성폭력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게 강제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군형법 92조의 6항)이 조항이 있어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같이 처벌받으니까 절대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협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인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문제 의식은 한번씩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당의 이종명 의원은 과거 진 후보자가 변호사로 재직하던 시절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2002년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과 '동성애 왜곡' 국정교과서 수정 신청에 참여했던 점, 2013년 제15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참여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동성애자는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그 질문은 조금 위험한 발언이다"며 "질문 자체가 차별성을 담는 질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답변을 회피하시면 (안 된다)"이라고 하자 "회피가 아니라 의원님이 거기에 대해 좀더 고민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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