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에서 ‘윤서원’으로 열연한 배우 한소희가 26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8.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MBC 토요드라마 '돈꽃'(극본 이명희 / 연출 김희원)에서 청아그룹 재벌3세 장부천(장승조 분)의 내연녀 윤서원을 연기한 배우는 이제 갓 데뷔한 신인 한소희다. 한소희에게 '돈꽃'은 두 번째 드라마 출연작이다. SBS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그는 '돈꽃'에서 서브 여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비교적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극 초반부터 윤서원이 나모현(박세영 분)에게 자신이 장부천의 내연녀라는 사실과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했지만, 아들을 지키기 위해 청아그룹과도 맞서는 절박한 모성애를 보여주면서 공감과 연민을 자아내기도 했다. 윤서원은 기존 드라마 속의 악역과 달리, 마냥 미워할 수 만은 없는 짠한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한소희는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뉴스1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돈꽃'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신인으로,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만큼은 깊이 있는 분석을 들려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윤서원이 스스로의 욕망 보다 아들에 대해 더 집착할 수밖에 없던 이유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모습은 그가 캐릭터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시간을 지나왔을 것이라 짐작됐다. 장혁, 장승조, 이미숙, 이순재 등 선배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부담감 보다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했던 시간도 녹록지 않았지만 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과정이 됐다. "오랜 시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던 한소희, '돈꽃'을 통해 성장한 만큼 앞으로 이 배우가 보여줄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에서 ‘윤서원’으로 열연한 배우 한소희가 26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8.1.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Q. 극 초반 장승조와의 강도 높은 키스신으로도 화제가 됐다. 키스신 촬영에서 부담감은 크지 않았나. 
A. 승조 오빠가 현장에서 재미있게 해주셔서 부담감 없이 유쾌한 분위기에서 촬영했었다. 부산에서 촬영했는데 요트도 처음 타보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부끄럽긴 했지만 극 중에서 부천이는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니까 잘 끝낼 수 있었다. 요트에서의 키스신은 생각보다 주변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놀랐다. (웃음)

Q. 극 중 장부천이 윤서원에게 칼로 위협하는 장면에서 몰입도가 높았다. 당시 장면이 인상적인데 배우들 역시 상당히 집중해서 촬영했을 것 같다. 
A. 상황이 감정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칼이 가짜 칼이긴 했지만 쿠션이 뚫릴 정도의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감정이 더욱 흔들리게 만든 것은 부천이의 눈빛과 부천이 입에서 나온 하정이라는 이름이었다. 서원이는 하정이라는 말만 들어도 울컥하는데 부천이는 '하정이 찬스'라는 말을 쉽게 쓴다. 서원이에겐 하정이가 하나밖에 없는 존재인데 부천이가 '찬스'라는 말을 가볍게 쓰니 상처가 컸을 거다. 나중에 필주가 서원이를 찾으러 오는데 서원이가 하정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숨어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넓은 호텔에서 굳이 화장실에 숨어 정말 슬퍼하면서 자기연민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그 연기를 하면서 서원이의 감정에 너무나 공감이 가서 상처를 받게 되더라. 

Q. 어떤 계기로 배우가 됐나.
A. 제가 울산 사람인데 고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졸업을 앞두고 서울에 올라왔었다. 연기를 하기 위해 올라온 것은 아니고 뭔가를 배우고 싶었다. 서울은 월세가 비싸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는 언니의 포트폴리오 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광고 모델로 연예계 일을 시작했다. 본래 배우가 꿈인 것은 아니었고 예고에서도 미술을 전공했었다. 광고 촬영을 하다 보니까 단면적인 촬영 외에 연기적인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고 현 소속사를 만나 배우가 됐다. 광고 촬영에 참여했던 것이 배우가 되기까지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Q. 진짜 배우가 돼보니 쉽지 않은 점도 많을 것 같다.
A. 연기를 잘 한다, 못 한다의 기준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배역으로서 사는 시간이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그간 한소희로서 살아온 가치관이 분명히 있을 텐데 한소희의 입장으로 서원이를 연기했을 때 괴리감을 느끼곤 한다. 실제 한소희라면 장부천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원이한텐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100% 몰입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배우는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테크닉에 해당되는 발음이나 톤 등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Q. 연기가 쉽지 않음에도 연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뭘까.
A. 이상적인 걸 보고 배우라는 직업을 쫓은 것은 아니다. 광고 촬영 때 옴니버스 드라마 콘셉트의 광고를 촬영한 적이 잇다. 이미지적인 단면만 보여주는 광고를 찍다가 대사가 있는 광고를 촬영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느낌이 전혀 색달랐다. 연기라는 건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연기에 따라 반응해야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러다 보니 욕심도 생겼고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받아봤을 때 배역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해지면서 연기가 더 좋아졌다. 화려한 것만 보고 배우라는 직업을 쫓았다기 보다 현장에서 배워가면서 느끼는 즐거움 때문에 연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

Q. '다시 만난 세계'에 이어 '돈꽃'까지, 인지도를 빠르게 쌓았는데 배우가 되고 불편한 점은 없을까.
A. '돈꽃'의 윤서원으로 알아봐주시는데 알아봐주시는 것이 불편하다기 보다 너무 기쁘다. 관심이 고팠기 때문에 저를 알아보는 듯 쳐다보시면 제가 먼저 '돈꽃'에 나오는 그 애 맞다고 먼저 말씀드린다. (웃음)

Q.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A. 지금도 연기 수업을 계속 받고 있다. 친구들 중에 배우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오디션을 함께 준비하기도 하고 함께 대본 연습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경험이 더 쌓이더라도 연기라는 공부는 평생해야 할 것 같다.

Q. 배우가 되면서 롤모델로 꼽은 선배가 있나.
A. 좋아하는 선배 분들은 정말 많지만 롤모델을 두기엔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 롤모델로 꼽은 선배를 따라갈 수 있을 만한 탄탄한 실력을 갖춘 다음에 생각해보고 싶다. 이전엔 이미지에 따라 캐스팅이 됐다면 이제 앞으로는 연기를 바탕으로 실력을 탄탄하게 쌓아 가고 싶다. 또 자아에 대해 분명히 찾은 다음에 스스로 어떤 길을 갈지 고민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로서는 두 발로 제대로 서지도 못할 만큼, 부족한 것 같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역할이 있다면.
A. 제 나이 또래의 학생 역할도 해보고 싶고, 서원이 보다 더 기구한 인생을 사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혹은 참혹한 스릴러 장르의 작품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요즘엔 브로맨스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은데 워맨스가 돋보이는 작품도 꼭 해보고 싶다. 선배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은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Q. 배우로서 이상향이 있다면.
A. 가늘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웃음) 가늘다고 해서 흐지부지 하게 간다는 것은 아니다. 편하면서도 탄탄하게 가고 싶다는 의미다. 평소 세 보이는 인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대중에게 오랜 시간 편하게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올해 계획이 있다면.
A. 다양한 오디션에 많이 도전해서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드라마가 단기 프로젝트로 빠르게 몰입해서 하는 작품이라면 영화처럼 오래 준비해서 역할에 오래 빠져 있는 캐릭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단편영화이든, 독립영화이든 연기에 조금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

Q. '돈꽃'은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A. '다시 만난 세계'로 보다 '돈꽃'의 윤서원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다시 만난 세계'가 이쪽 길로 발을 들일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면, '돈꽃'은 저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조금이나마 더 알려질 수 있는 발판이 돼준 작품이다. 앞으로도 경험을 계단처럼 한 계단, 한 계단 쌓아 올리고 싶다.


aluem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