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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정리뷰] 독재로 변질된 '아이들의 촛불혁명'…연극 '파란나라'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7-11-05 12:55 송고 | 2018-06-24 11:49 최종수정
'일베충'이라고 놀림받던 이창현이 기간제 교사 이종민에게 반 아이들의 동향을 고자질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일베충'이라고 놀림받던 이창현이 기간제 교사 이종민에게 반 아이들의 동향을 고자질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연극 '파란나라'는 집단 구성원이 '우리는 평등하다'는 신념을 맹신하다가 전체주의의 오류에 빠지는 과정을 담았다. 마치 적폐를 청산하자며 든 촛불혁명마저도 자칫 잘못하면 독재로 변질될 수 있다며 암울하고 섬뜩한 경고를 보내는 작품이다.

도발적인 주제뿐만 아니라 50여 명이 넘는 배우들의 함성과 발 구르는 소리가 극장을 꽉 채우는 연극 '파란나라'는 이미 2016년 11월 초연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열정', '미래에 대한 잔혹한 경고' 등의 격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약 1년만인 지난 2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다시 올랐다.
작·연출한 김수정 극단 신세계 예술감독은 미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의 시공간을 한국으로 옮겨왔다.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큐벌리 고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실험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은 2017년 경기도 남녀공학 고등학교 1학년 특별활동 영화반에서 기간제 교사인 이종민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게임 '파란나라'로 바뀐다.

게임은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약속 아래에 지도자를 정하고 모든 구성원이 흰 셔츠를 입는 등 간단한 규칙만 있을 뿐이다. 학생들은 간단한 규칙도 귀찮아서 막무가내로 행동하지만, 강물을 막은 댐에 생긴 균열처럼 예상치 못한 격류에 휩쓸린다.

재공연하는 연극 '파란나라'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과 이 게임이 전국적으로 퍼지는 후반부로 크게 나뉜다. 막이 오르면 특별활동 교실은 TV 개그 프로그램의 유명 코너인 '봉숭아 학당'을 연상시킨다. 영화반 학생들은 지도 교사인 이종민을 '기간제 교사'라며 무시한다. 모범생은 특별활동과 상관없는 영어수학을 공부할 뿐이고, 문제아는 선생의 말끝마다 토를 달며 놀려댄다. 심지어 학생 중 싸움짱인 하재성은 수업 도중에 이종민의 바지를 벗겨서 공개적 망신을 주기도 한다.
전반부에선 지난해 초연보다 이종민, 김정화, 김두진 등 극단 신세계 단원들의 연기가 깊어졌다. 예를 들어, 이종민은 학생들에게서 모욕을 겪는 장면에서 가끔씩 등을 돌려 관객만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순간에 분노를 누르는 표정을 보여줘 평면적 인물을 다양한 감정을 가진 인물로 키워낸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대사가 없는 모범생 이은정마저도 공연 도중에 영어교재의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통해 존재감과 특징을 잘 살려낸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 전반부와 다르게 후반부에선 객석에 앉아 있던 시민배우 30여 명까지 무대에 합세한다. 이들이 지르는 함성과 발 구르는 소리가 극장을 압도한다. 지난해 초연에서 극장 바닥을 지지하는 기중기가 고장난 것을 경험한 남산예술센터 관계자는 또다시 고장날 것을 예상하고 개막 전부터 수리할 부품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재공연은 초연의 줄거리와 뼈대를 유지하지만 마치 영화 '아이언맨'의 속편에서 철갑옷이 세련되게 바뀌듯 작품의 울림이 두텁고 세밀해졌다. 또, 기간제 교사 이종민을 비롯해 연극배우 19명과 시민배우 103명이 무대와 객석을 꽉 채우는 방식으로 상업적 '버라이어티쇼'(Variety Show)와는 결이 다른 '연극적 버라이어티'를 시도한다.

연극 팬이라면 놓치면 후회할 작품이지만 연극을 한번도 안 본 관객에겐 '파란나라'를 추천하기가 주저된다.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만나기란 1년에 2~3번에 불과한데 처음부터 이런 작품을 본다면 연극에 대한 눈높이가 지나치게 올라가 다른 연극을 못 견디게 될 확률이 높아서다.

12일까지. 관람료 1만8000~3만원. 문의 (02)758-2150.

학생 박미르가 기간제 교사 이종민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학생 박미르가 기간제 교사 이종민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학생 박미르(정중앙)가 파란나라 회의에서 기간제 교사 이종민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빌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학생 박미르(정중앙)가 파란나라 회의에서 기간제 교사 이종민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빌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기간제 교사 이종민과 특별활동 영화반 학생들이 파란나라 게임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기간제 교사 이종민과 특별활동 영화반 학생들이 파란나라 게임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고등학교 특별활동 영화반 학생들이 파란나라 구호를 다함께 외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고등학교 특별활동 영화반 학생들이 파란나라 구호를 다함께 외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기간제 교사 이종민이 방탄소년단 티셔츠가 찢겨져 울고 있는 강지연 학생을 달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기간제 교사 이종민이 방탄소년단 티셔츠가 찢겨져 울고 있는 강지연 학생을 달래고 있다. 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모범생 김정화가 파란나라를 해체하자는 기간제 교사 이종민의 멱살을 쥐고 화내고 있다.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모범생 김정화가 파란나라를 해체하자는 기간제 교사 이종민의 멱살을 쥐고 화내고 있다.지난해 초연한 연극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며 2~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한다. (제공 서울문화재단) 2017.11.03/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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