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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민낯③]명품=장인? 이젠 옛말…제3국 생산 소비자는 알까

디자인·밑창만 프랑스·이탈리아산 원산지 '꼼수'
루이비통·구찌 등 제3국 공장이전에 가격은 수시 인상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김성은 기자 | 2017-11-05 06:40 송고
편집자주 루이비통·구찌·샤넬 등 해외 고가브랜드들이 명품 수요가 늘어나는 혼수철을 맞아 주요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특히 일부 제품은 단번에 최대 30% 올라 '환율 변동 등에 따른 글로벌 본사 방침'이라던 공통된 답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고객서비스와 품질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불거진다. 이들이 한국 소비자를 '호갱'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배짱영업'을 펼치는 배경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프랑스의 루이비통·샤넬, 이탈리아의 구찌 등 고가브랜드들이 혼수철을 맞아 가격을 잇따라 올린 가운데 일부 제품의 노동력이 값싼 제3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수백만원에 이르는 가격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VMH그룹·커링그룹 등은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국·루마니아 등에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장인정신'보다는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제3국으로의 공장 이전은 1990년대 시작돼 2000년대 후반부터 심화됐다.
◇가족경영→기업경영, '장인정신'보다 '비용 절감' 효율 추구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명품 시장을 이끄는 LVMH그룹(루이비통·크리스챤디올·펜디·겐조 등) 커링그룹(구찌·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 등) 리치몬드그룹(몽블랑·까르띠에 등) 프라다그룹 등은 '전통'을 중시하던 가족경영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경영으로 바뀐 지 오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그룹은 상장기업이 되면서 끊임없는 수익 증대를 요구하는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원가비용 절감' '인건비 절감'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명품 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많은 명품브랜드들이 품질에 입각한 장인정신을 추구하기보다는 매출과 수익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원재자 비용과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중국과 남미, 동유럽권에 공장을 세워 생산을 늘렸는데 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명품브랜드 들의 공장이전은 2000년 후반 가속화돼 약 80% 이상이 자국이 아닌 제3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랑스 루이비통·이탈리아 구찌·영국 버버리 등 대중적인 명품을 지향하는 브랜드 등은 대량생산을 위해 중국·남미·아프리카·루마니아·터키·멕시코 등 노동력이 싼 곳에 생산 공장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최근 르포 기사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루마니아의 한 작은 도시에 공장 '소마레스트'를 세우고 거의 완성된 신발·구두를 제작해 이탈리아에 수출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장에선 거의 완성된 제품에 밑창을 붙이고 원산지를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표시한 뒤 세계로 판매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소마레스트는 LVMH그룹의 자회사다. 매주 루이비통 로고가 있는 신발 수만 켤레가 공장에서 반출되는 것을 확인했고 연간 구두 10만 켤레가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소마레스트 관계자는 "조립을 마친 반제품을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전달하면 유럽연합(EU)법에 따라 마무리 작업을 한 후 '메이드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이탈리아' 라벨을 붙이게 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2개국 이상에서 제품을 제조할 경우 마지막 공정에서 실체적 변형이 이뤄지고 경제적 정당성이 인정되면 해당 국가를 원산지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가디언은 "루이비통이 이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수익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비통은 장인정신 대신 대중적인 명품을 지향하면서 중산층을 공략해왔다. 국내서도 3초에 한 번씩 거리에서 마주친다는 해 '3초 백'이란 별칭으로 불렸다. LVMH그룹은 이같은 명품의 대량생산이라는 전략의 성공으로 럭셔리브랜드 70개를 보유한 세계 1위 명품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루이비통 클루니 BB 모노그램 제품 가격이 기존  224만원에서 238만원으로 6.25% 올랐다. © News1© News1

◇프랑스·이탈리아 아닌 제3국 생산 대부분…장인정신 실종

LVMH그룹이 성장가도를 달리자 2000년대 후반 많은 명품 업체들이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생산 공장을 이전했다.

버버리·아르마니·프라다·미우미우·돌체앤가바나 등은 일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프라다는 상품 20%를 중국에서 제조하고 베트남·터키·루마니아에도 공장을 운영 중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브랜드들이 제3국 공장에서 저렴한 비용을 들여 제품을 생산해도 국내 소비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비싸게 팔아도 잘 팔린다는 점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장인정신이 실종되면서 가격 정당성이 약화됐지만 국내에선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 덕에 누가 더 가격을 더 많이 올리나 경쟁을 펼치는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지나친 명품소비 풍토에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나타나면서 브랜드들이 고급화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소비자는 "대대로 물려받은 기술 등 장인정신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믿음 때문에 비싼 가격이어도 구매한 것"이라며 "중국이나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을 프랑스나 이탈리아산으로 둔갑해 판 것이 사실이라면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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