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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시 "실제 세계의 폭력성 에둘러 표현하고 싶지 않다"

미국 출신 세계적인 현대미술가…5년만에 국제갤러리 개인전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9-14 14:35 송고 | 2017-09-14 14:40 최종수정
폴 매카시 전시 전경. 2017.9.4/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미디어를 통해 지각한 세계의 폭력성을 작품에 투영했습니다. 다만 실제하는 폭력(Actual violence)이라기보다 폭력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그러한 폭력의 이미지를 부인한다거나 돌려 표현하고 싶진 않았어요."

피부색을 띈 사람 조각을 토막내 기형적인 형태로 이어 붙이고, 이 조각의 이미지들이 2차원 평면으로 표현된 날 것의 캔버스에는 핏빛 낙서가 가득하다. 미국 서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폴 매카시(Paul McCarthy, 72)는 5년만에 한국에서 여는 개인전 신작들에 대해 "미디어가 반영하고 있는 이 세계의 폭력성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문화 아이콘을 통해 자본주의 등 현대사회의 현상 이면을 꼬집는 작업으로 유명한 폴 매카시가 14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컷업, 그리고 실리콘, 여성 우상, 화이트 스노우'(Cup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라는 주제로 마련한 개인전에서 백설공주를 비롯해 자신의 신체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 및 회화를 선보인다.  
폴 매카시 작품. 2017.9.14/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전시장에는 월트디즈니 만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생이' 속 백설공주의 두상 조각이 널브러져 있다. 순진무구한 백설공주는 성적 환희에 도달한 듯 야릇한 표정을 띄며 고전에 도발한다. 

작가가 자신의 신체를 본 떠 만든 모형을 3D 스캔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모델링을 거쳐 고밀도 우레탄 레진으로 제작한 조각 '컷업' 시리즈는 가학적이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노구(老軀)를 토막내 팔과 다리, 혹은 성기 따위를 기형적으로 재조합한 실물 사이즈의 극사실적 표현이 B급 정서의 호러와 고전 조각 어법 사이에서 '불안정한 균형'을 보여준다.

신체를 소재로 렌더링한 이미지 위에 '데스'(Death) '페니스 페이스'(Penis Face) '컷업'(Cut up)과 같은 난독성 낙서들을 휘갈긴 회화 작품들은 지저분한 색감에 운동감이 가중되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국제갤러리 측은 "늙어서 축 처진 쪼그라든 몸뚱이를 짐짝으로 여기면서 동시에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을 앞두고 14일 오전 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매카시는 자신의 신체를 소재로 한 조각에 대해 "주제가 변화한 것이 아니라 연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의 역사에서 몸은 늘 중요한 재료죠. 1960~1970년대에도 저는 제 몸을 예술의 주제로 사용했어요.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실제 신체가 아닌 신체를 '표상화'(represent)했다는 거죠. 실재(實在)로부터 시작해 표상화하는 작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가 들면서 몸이 쇠약해지는 걸 느끼고 있는데 그 또한 작품에 영향을 줬다"며 "10년 이내에 벌어질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폴 매카시 작품. (국제갤러리 제공) © News1

매카시는 프랑스의 유명 화가 프란시스 피카비아(1879-1953)의 작품 '여인과 우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조각도 선보였다. 마르셸 뒤샹과 함께 20세기 '다다운동'을 이끈 피카비아의 작품 속 거대한 이교도 우상을 안고 있는 에로틱한 여인의 형상에서 비롯된 작품들이다.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원시적인 우상을 차용해 자신만의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피카비아의 추상 작업은 피카소보다 뒤샹의 것과 닮았다"며 "추상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동시대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피카비아에 대한 나의 관심은 1990년대부터 계속돼 왔지만, 지금은 뒤샹과의 유사성보다는 디지털 세상에서 변화된 '피카비아 해석'에 더 큰 흥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채에서 분홍색 같은 파스텔 톤으로 조각의 색채도 변화했는데 이에 대해 매카시는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매카시, Picabia Idol, 2016-2017, Silicone, 162.6 x 76.2 x 58.4 cm, Photography © 2017 Fredrik Nilsen,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Hauser & Wirth and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 제공) © News1


폴 매카시, White Snow Head, 2012, Silicone (flesh), fibreglass, steel, 140 x 160 x 185cm, Photo by Genevieve Hanson, Courtesy of the artist, Hauser & Wirth and Kukje Gallery (국제갤러리 제공)© News1

1945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난 폴 매카시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영화와 영상, 미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대 초부터 본능적 감각이 돋보이는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1982년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미술사를 가르치며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조각, 설치, 그리고 로봇공학을 접목한 작업 및 대형 풍선 조각을 선보이며 작업의 반경을 넓혔다. 

그는 신화 속 인물, 고전동화나 백설공주와 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아이콘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국의 자본주의 문화를 꼬집는 작업을 해 왔다. 

특히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희화화하거나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 신체 절단과 같은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상류사회의 위선 등을 고발하는 작품들이 유명하다. 만화 캐릭터인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를 비튼 그의 작품 '토마토 헤드'는 2011년 크리스티에서 450만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그동안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 헨리 아트갤러리(2016), 로스앤젤레스 UCLA 해머미술관(2011), 뉴욕 휘트니미술관(2008), 겐트 시립현대미술관(2007), 스톡홀름 현대미술관(2006), 테이트 모던(2003), 테이트 리버풀(2001-2002), 뉴욕 뉴뮤지엄(2001)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과 순회전을 가졌다. 베를린 비엔날레 (2006), SITE 산타페 (2004), 휘트니 비엔날레 (1995, 1997, 2004), 베니스 비엔날레 (1993, 1999, 2001) 등 굵직한 국제 미술행사에도 참여해 왔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뉴욕 휘트니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비롯해, 프랑수와 피노, 다키스 조아누, 조지 에코노무, 루벨 패밀리 컬렉션 등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소장돼 있다.
폴 매카시(오른쪽). 2017.9.14/뉴스1© News1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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