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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와 친분 앞세워 1억 요구…흙탕물 변호사들 처벌은?

사법개혁 실효성 위해 비위변호사 근절방안 논의해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8-16 06:00 송고 | 2017-08-16 08:06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검찰과 법원을 대상으로 한 사법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법조 3륜 가운데 한 축인 변호사업계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개혁의 본류에서 일단 제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사법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원과 검찰 뿐만 아니라 변호사업계 역시 '자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변호사의 일탈이 드러나 자정요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한 변호사가 교회에서 알게 된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며 억대 수임료를 요구한 행태가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A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경기 소재 모 구치소에 수감 중인 B씨에게 항소심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억대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변호사는 B씨가 항소심에서 3년 이하의 형으로 감형받아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를 원하는 점을 노려 서울고법 C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심 선고 이후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임박한 B씨가 변호사 선임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자 A 변호사는 지난 11일 오전 B씨를 찾아가 "부장판사와 얘기 끝났다. 인사를 해야 하니 1억 원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현직 부장판사를 미끼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셈으로 이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크다.

변호사법 30조(연고관계 등의 선전금지)는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을 위하여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 등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A 변호사는 2010년 6월과 201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6월에는 재소자에게 담배를 제공해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고, 2012년 3월에는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성실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2000만원의 징계에 처해졌다.

변협 홈페이지에서 변호사 신뢰도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징계전력 확인 등이 가능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일반국민이 정보 불균형으로 법률조력자 선임과 관련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 징계전력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문제도 있다. 징계내역 공시기간이 끝나면 대한변호사협회에 직접 징계내역 열람 신청을 하고 1건당 5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일부 징계전력이 있는 변호사들이 짧은 징계내역 공시기간을 악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종합편성채널 등에 출연해 전관비리, 법조비리 등을 비판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C 변호사 역시 변협의 징계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C 변호사가 징계이력 공시가 끝난 시점부터 방송 등에 출연해 법조 3륜 유착관계 등을 언급하고 다녔다"며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전관비리 등을 비판하는 C 변호사의 발언 모두를 신뢰하고 믿을만한 변호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적어도 징계내역 공개기간이 좀 더 길고 일반인들도 징계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면 이런 웃지못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징계이력 공시 간 짧고 일반인들 확인 불편 … "관련법령 개정 필요"

변협의 징계내역 공시는 변호사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해 이뤄진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 법조비리의 시작점이 되는 변호사들의 일탈행위 적발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데 있다. 또 징계처분을 받아도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 기간이 짧아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일반국민들은 자신이 선임하려는 변호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변호사법은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 다섯 가지 징계유형을 정하고 있다. 변협이 시행하는 대다수 징계는 과태료 부과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변호사법 시행령은 △영구제명 또는 제명 3년 △정직 1년(1년이상 정직은 그 정직기간) △과태료 6개월 △견책 3개월만 징계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변호사 비리는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고 실제로 그 수가 적지 않다. 또 어렵사리 적발을 해도 변협 차원의 징계수위가 높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변협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변호사 징계사례를 모아 2015년 12월 출간한 ‘징계사례집‘에 따르면 전체 190건의 징계처분 가운데 중징계 사례인 영구제명과 제명은 단 한 건도 없다. 정직 역시 1년 미만이 대다수였다. 과태료 처분은 122건으로 2000만원 6건, 1200만원 1건, 1000만원 8건 등이며 나머지 대다수는 100만원~500만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협 차원에서 제명처분을 내린 변호사는 지난해 ‘정운호 게이트’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 사례 정도다.

변호사업계에서도 법조비리 원인 가운데 하나인 변호사들의 일탈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민석 법무법인 산하 대표변호사는 “걸리는 사람은 걸려서 징계 등 처벌을 받고 징계정보도 공개가 되지만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며 “또 처벌이나 징계를 받더라도 한 번에 변호사 자격이 박탈되지 않기 때문에 (일탈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반복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일반국민은 변호사 징계내역과 관련한 내용들을 잘 몰라 찾아볼 엄두를 못내는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협의 징계내역 공개기간이 짧다. 오히려 참여연대 등 일반 시민단체가 변협보다 더 긴 기간 공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는 “현행 법령에 따른 징계내역 공시기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라며 “3회 이상 징계 또는 징계가 확정된 이후 1년 이내 다시 징계사유가 발생해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는 현행 변호사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공시기간의 두 배 이상 기간을 늘이는 방안 등을 검토해 법률서비스 소비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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