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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이제 블랙리스트는 부정돼야만 한다"

[블랙리스트 그 후를 묻다 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술인복지 시급…텅 빈 예술인금고 1000억원까지 채울것"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3-14 09:16 송고 | 2017-05-30 10:32 최종수정
편집자주 '창조경제' '문화융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서 장기간 체계적으로 자행된 '문화 농단'은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를 맞았다. 문화융성은 빛바랜 구호가 됐지만, 문화를 꽃피워 융성하게 해야 함은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중요한 과제다. 이에 뉴스1은 그간 '문화 농단'과 싸워온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향후 대한민국 문화 행정, 문화예술이 가야 할 길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물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난해 10월 최순실 등 대통령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청주 흥덕)의 신간이 나왔다. 시집 '사월 바다'(창비)였다.

2011년 여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이후 5년 만이며, 도 의원이 국회 입성한 이후 첫 시집이다.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이 시집은 그가 '접시꽃 당신' '흔들리는 꽃' 같은 '국민 시(詩)'를 만들어 낸 시인이었음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국조특위(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2월7일 도종환 의원을 국회에서 만났다. '블랙리스트' 대외비 문건을 들고 국정감사에서 국조특위로 이어졌던 활약의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철옹성' 같았던 현 정권 실세들을 줄줄이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그 이후의 이야기 또한 그에게서 듣고 싶었다.

뒤늦게 시집 출간 소감부터 묻자 그는 "'요괴'들이 가장 많이 모인 여의도에 들어와 있으니 나도 요괴"라며 "진흙탕 속에서 향기를 잃지 않고 사는 게 힘들지만, 내가 아직 변치 않았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그 후를 묻다] 시리즈 기사

임옥상 "블랙리스트 이후? 논공행상을 경계해야"
②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

안도현 시인 "박근혜 정권하에서 절필 잘했다. 왜냐면…"
③ 안도현 우석대 교수

'反블랙리스트' 광화문 캠핑촌장 송경동 "시인은 혁명가"
④ 시인 송경동  

"무용계,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비리 등 적폐 청산해야"
⑤ 현대무용가 정영두 두댄스시어터 대표

"'광화문 캠핑촌' 기록물로 남겨 학문적 연구해야 한다"
⑥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블랙리스트 존재 이미 2년여 전부터 직감했다"
    
"심사가 끝났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이 와서 14명을 빼달라고 해요. 이유가 뭐냐 물으니 그냥 빼달래요. 못 뺀다 그랬죠. 또다시 와서는 7명만 빼달라, 우리는 못 뺀다, 실랑이가 이어지다 결국 한 30명을 다 빼버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궁색한 답변이 이어져요. 이상했단 말이죠."

도종환 의원은 이미 2년여 전부터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직감했다고 했다. 기관장, 대학 총장 자리를 이유 없이 몇 년씩 공석으로 두고, 공모 사업별로 심사가 끝나도 위원회가 발표하기까지 서너 달, 심지어 일곱 달도 더 걸리는 일들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도 의원은 "그 당시 연극 지원 심사를 하고 나면 위원회가 몇 달을 발표하지 않다가, 두어 달쯤 뒤에 '다시 심사하자', '누구누구를 빼자' 하는 전례 없던 일들이 반복됐다"며 특히 "심사위원들에게 무슨 리스트를 보여주며 빼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게 블랙리스트구나' 직감했다"고 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근거로 예술인 지원 배제를 집행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전·현직 공무원들을 설득해 마침내 대외비 문건을 손에 쥐게 됐다. 그리고 그 문건은 국조특위 청문회가 진행되기 전, 그러니까 블랙리스트 관계자들의 청문회 '위증'이 이어지던 시기 이미 특검에도 전달돼 있었다.

"공무원들 힘들었을 거예요. 심사가 끝나도 청와대에서 가져온 리스트와 일일이 대조해서 넣고 빼야 했으니. 여기에 국정원까지 관여했단 말이죠. 그러니 문화 행정이 제대로 됐겠어요. 그게 문체부 대외비 문건에 다 나와 있었던 겁니다."

그는 "(과거 진보정권에서) 예술 행정의 기본 콘셉트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였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원하되 간섭도 한다'로 바뀌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원도 안 하고 간섭만 한다'가 됐다"며 "그런 '엉터리 짓'을 하느라 문화 행정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적 불이익으로만 끝난 게 아니었어요. 사회적으로도 배제했어요. 태권도선수권위원회, 패럴림픽 감독단 등 각종 정부 위원회와 조직 인선에서 배제하고, 훈장에서 배제하고, 심지어 부모까지 배제했어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주는 데 자식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으면 어머니에게 주는 상도 배제했던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7차 청문회에 불출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하고 있다. 2017.1.9/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나는 알고 있었다, 블랙리스트가 그들을 잡을 거라는 걸…
    
도종환 의원은 "예술을 좌우 이념으로 나누는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정치는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건데, 배제의 정치, 분열의 정치, 편 가르는 정치를 했던 겁니다. 그건 야만의 정치, 광기의 정치죠. 그리고 이걸 주도한 게 김기춘 전 실장이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김 전 실장, 당시 정무수석실, 문체부, 그리고 그 산하기관들로 이어진 겁니다."

도 의원은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종덕 전 장관, 조윤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훗날 '위증'으로 사법처리가 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국조특위에 참석했던 많은 의원들이 긴 질의시간을 할애하며 때로 증인들을 호통치고 때로 '사이다 발언'을 할 때에도, 그는 '실제 어떻게 사법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청문회 내내 수많은 단답형 질문을 '속사포'처럼 몰아쳤던 도종환 의원에 대한 평가는 반반으로 갈렸다. '왜 사이다 발언이 없느냐'는 질타도 있었지만, 당시 청문회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던 이들 가운데에는 '질문은 저렇게 하는 거다'라는 응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간은 짧고 물어볼 건 많았으니까요. 제가 가진 자료에 근거해 사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니 질문을 짧게 던질 수밖에 없었죠. 증인을 망신주거나,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해 주는 발언이 없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게 제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희의 국정농단 조사 과정을 특검이 보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는 "이미 청문회 증인들이 위증하는 순간에도 내가, 특검이 블랙리스트 대외비 문건을 들고 있었다"며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어떻게 책임 규명하고 어떻게 사법처리해서 어떻게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인지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자신감'은 청문회 초반에는 국조의원들은 물론 당내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들도 반신반의했던 거죠. '그걸로 김기춘을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자신했어요.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거잖아요. 명백한 헌법 위반이에요. 김 전 실장이 '문화 공안통치'의 핵심 지휘자였던 거예요.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이런 '흑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돼요. 김 전 실장 자신도 이걸로 구속될 줄은 몰랐다고 했답니다."
    
사실 도 의원의 '활약' 뒤에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의 '협업'이 있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 역할을 자임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유 전 장관과 워낙 친해서 서로 통화도 하고 상의도 많이 했어요. 처음 이야기하는 거지만.(웃음) 어느 정권에나 리스트가 있었다고요? 블랙리스트는 명백한 '물적증거'예요. 그 안에 배제된 사람이 있고, 사업이 있고, 액수가 있어요. 김영한 전 민정수석 수첩에 나오는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집행된 증거가 바로 그 문건이란 말이죠. (구속된) 그분들은 몰랐을 거예요. 관련 증거를 다 없앤 줄 알고 끝까지 모른다고 했던 거겠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위증 증인 고발의 건 관련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위증 내역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17.1.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블랙리스트가 또 다른 분열 불러서는 안 돼…예술인 금고 채울것"
    
블랙리스트가 공개되자 세간에서는 '화이트 리스트'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됐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연출가 고선웅 씨가 그의 작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본 박민권 전 제1차관에 의해 이른바 '양해'를 받아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은 역으로 '그렇다면 누가 혜택을 받았는가'라는 불신과 반목의 불씨를 댕겼다.

"저도 그 작품을 봤어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받았죠. 저도 블랙리스트를 파고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이 과연 복수를 위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이제 용서를 위해 뭘 할건가, 어떻게 화합할 건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는 "더 이상의 리스트 공개는 없다"고 단언했다. 예술에 무지했던 정권이 블랙리스트를 통해 배제와 분열의 정치를 했던 것이 오히려 반대 리스트를 공개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블랙리스트 같은 불행을 더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블랙리스트 그 자체가 부정돼야 한다"고 했다.

도 의원은 또 "정권이 바뀌어도 예술가들은 투쟁할 것"이라고도 했다. "예술은 원래 비판적이어야 해요. 저항정신으로 체제와 불응하는 게 예술이죠. 정권 교체되면 예술가들이 우리를 옹호할 것 같나요? 또 욕하고 비판하고 투쟁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고요."

그런 예술인들을 위해 그는 이제야말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 행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의 공연예술 비정규직에 대한 실업수당 제도인 '엥테르미탕'을 예로 들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예술인 복지에 대해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가들은 직업 특성상 작품이 끝나면 몇 달씩 공백기가 있어요. 일반적인 직장의 개념으로 보면 매일이 '비정규직'인 거예요. 그래서 공연 일수가 180일 이상 된다거나, 일정 기간 작품 활동이 있는 예술가들은 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제도가 필요해요. 직업 특수성을 고려한 최소한의 안전망인 거죠."

도 의원은 '예술인 복지법'을 손 보고 '예술인 금고'를 채워 어려운 예술인들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돈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담보 없이도 대출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텅 비어있는 예술인 금고에 정부, 기업이 돈을 대서 1000억원 이상 채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조앤 롤링도 힘든 시기에 창작지원금, 복지기금을 받아 수년을 버텼다고 해요. 예술인들의 어려운 시기를 도와주는 정책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술 작품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래구조도 필요하고요. 예술가가 작품만으로도 정당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 그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 중입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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