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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싸드' 쓴 김진명 "차라리 내 책이 안 팔렸으면"

[인터뷰]2년전 소설 '싸드'서 사드 배치 예견한 김진명 작가

권영미 기자 | 2016-07-17 08:40 송고
김진명 소설가(사진제공 새움)
김진명 소설가(사진제공 새움)


"지금의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정신 못차리다가 나라를 잃게 된 구한말 상황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가 갑자기 소수의 손에 의해 결정됐는데, 우리 국민도 주인의식을 갖고 달려들고 정부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미국에 체류중인 작가 김진명(58)은 뉴스1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사드 배치가 불러온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지난 13일 정부는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공식발표했다.

2년전 출간된 소설 '싸드(THAAD)'(새움)에서 김진명은 이런 상황을 정확히 예견했다. 소설은 사드 배치로 인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것을 우려한 남자 주인공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싸드는 전쟁이다"고 외치는 것으로 끝난다. 출판사에 따르면 소설 '싸드'는 현실의 답답함을 소설 속의 지혜로 타개해보고픈 독자들의 열망을 반영하듯 사드 배치가 발표된 이후 하루 500~600부씩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2년간 총 판매량은 23쇄, 약 20만부다.

하지만 김진명 작가는 "책이 차라리 안팔렸으면 좋겠다"면서 "이 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한반도에 어려운 일들이 닥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김 작가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된 것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본다.

작가는 "단순히 북한핵 관련한 문제라면 사드가 배치되고 북한이 견제되면 끝이지만 실상 이 문제의 본질은 미국과 중국의 힘의 대결"이라면서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결정이 더 어려운 문제가 주어지고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를 무기체제로만 보고 그것을 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대미(對美)·대중(對中)관계를 가질 것이냐' 하는 더 큰 고민을 해야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김진명 작가는 첫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다양한 소재를 통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 속 한반도의 운명을 담은 작품들을 써왔다. 그같은 선굵은 소재를 시종일관 채택해온 이유를 묻자 그는 "작가로서 나는 당연히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집중 탐구해왔는데 문화와 역사는 결국 정치와 경제, 안보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본질적으로 모두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소설 '싸드'는 미국에서 세계은행(WB)에 근무하던 한인 연구원이 갑자기 살해당한 사건을 파헤치는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주축이 되는 이야기 사이마다 미국 정보원들이 작성한 '태프트 보고서'라는 제목의 글이 들어가 있는데 이 속에서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등의 국내 정치인과 채동욱 등이 실명비판되고 있다.

김 작가는 실명으로 현재의 정치인들에 관해 쓰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담 이전에, 이 부분을 쓴 것은 우리 정치계에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것(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정치인 스스로 갈고 닦는 계기가 되어야지 감정을 품는 것은 말이 안되며 우리 정치인들이 그렇게 옹졸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1993년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된 김진명의 작가생활은 이제 20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의 역사와 정치, 안보는 그의 일관된 주제였다. 젊은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없는가 묻자 김진명 작가는 "작가는 뭔가 가슴 속에 토하지 않고서는 못배길 내용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창작풍토는 손끝의 글재주로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작가들이 좀더 진지하게 자신과 대면하고 내부적 역량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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