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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자발적 추모물결…전문가들 "자성적·저항적 추모"

'강남 묻지마 살인'에 시민들 자발적 추모 운동 촉발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김혜지 기자 | 2016-05-20 05:30 송고 | 2016-05-20 06:14 최종수정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이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의 20대 여성 희생자 추모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운동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지금껏 해오지 못했던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추모 운동은 트위터의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계정(@0517am1)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 공간을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후 강남역 출구 앞에 18일부터 나붙기 시작한 추모 쪽지들은 어느새 역 출구 벽면을 가득 메웠고, 추가 패널까지 설치된 상태다. 촛불과 국화 등도 출구 벽면 아래에 가득찼다.

19일 오후 8시쯤에는 숨진 피해자를 애도하고 여성혐오 범죄를 규탄하는 추모제도 SNS 등을 통해 뜻을 모은 시민들의 참여로 성사됐다.

시민들은 이같은 자발적인 추모 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민 김모씨(23·여)는 "여태껏 여성대상 범죄 등에 대한 내 생각을 펼칠 통로가 없었는데 이번 운동이 그 계기가 됐다"며 "여성혐오 범죄의 피해자가 많은데도 다들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눈에 띄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대학생 양모씨(21)는 "최근 1년 사이 언론 보도와 인터넷을 통해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예전까지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던 일이 이제는 아니게 된 것 같다. 깨우치고 행동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이정연씨(27·여)는 "지금껏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있어도 이렇게까지 시민들이 합심해서 추모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 이번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이제는 왜 피해자가 여성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 회사에 재직 중인 강모씨(33)는 "미국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있으면 꼭 이런 추모 광경이 벌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태껏 보기 힘들었다"며 "언제든 사회가 바뀔 때는 반발도 있기 마련이라 생각하지만 반발하는 사람들도 곧 이 운동의 진심을 알아줄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의 20대 여성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같은 시민들의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추모 운동의 배경에는 그간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무관심한 분위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세대간, 남녀간 양극화가 예전보다 심해져 '여성혐오'나 '남성혐오'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유 없는 분노를 아무에게나 폭발시키려고 하는 사회의 폭력성이 생긴 데 대해 반성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는 사회적 반성의 의미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은 아무 잘못한 일 없는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시작됐다"며 "이러한 사회를 바꿔보고 자성하고 성숙한 사회로 가자는 움직임이다"고 말했다.

한편 단순히 반성의 의미를 넘어 여성 등 약자에 대해 가해지는 구조적 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여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맞고, 강간당하고, 착취당하고, 숨지는 일이 많았다"며 "그런 일이 성차별적 구조 속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젠더 폭력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연결성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온라인 공간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여성 집단이 많은 아젠다를 이뤘다"며 "(자발적 추모는) 그 과정에서 고양된 의식과 연대감을 현실에서 이해하고 실천하는 의미 있는 행위이며 성차별적 구조에 대한 저항이다"고 강조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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