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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1년 전 폭설 악몽 되살아 나나?"…긴장한 고창

(정읍·고창=뉴스1) 박제철 기자 | 2016-01-24 19:45 송고 | 2016-01-24 20:28 최종수정
24일 오후 3시 현재 35cm 눈이 내린 고창읍내. 모양성 일대에서 고창군청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을 하고있다. © News1 박제철 기자
24일 오후 3시 현재 35cm 눈이 내린 고창읍내. 모양성 일대에서 고창군청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을 하고있다. © News1 박제철 기자


"11년 전인 2005년의 악몽이 또 다시 되살아 나나요?"
전북 서해안 지역에 24일 또다시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23일부터 대설경보가 내려진 전북 정읍지역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37.5cm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으며 고창도 최고 35cm를 기록하고 있다.  눈은 밤 사이에도 최대 10cm가량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고창지역에는 2005년 200cm 이상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전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고창을 방문해 아산면 현장에서 피해상황을 보고 받기도 했다. 당시 군분대 중장비까지 동원된 제설작업에만 1개월 이상이 걸렸다.
고창지역 주민들은 이틀간 이어지는 눈을 보면서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2005년 12월 24일부터 2006년 1월 중순까지 20여일간 내린 누계 적설량은 200cm를 기록했다.

이로인해 주택 수 십 채와 비닐하우스 수 백 동이 무너지고 시설재배 농작물 등이 피해를 입어 총 63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지자 정부는 고창군 전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각종 세제지원과 재해 복구사업에 정부보조금 등을 집중 투자해 그나마 주민들은 시름을 덜 수 있었다.

당시 폭설로 시설하우스가 붕괴돼 농작물이 냉해를 입은 아산면 주민 A씨(62)는 "어제 오늘 내리는 눈을 보니 10여년전 그 때가 떠오른다"면서 "당시 설해를 당한 뒤로 눈이 오면 미리 비닐하우스를 손질하고 눈도 치워내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인 B씨(51)는 "고창이 지형적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다 보니 이웃 사람들이 '설창(雪敞)'이라고 부른다"면서 "사전에 꼼꼼하게 예방하고 안전조치를 취해서 올해는 피해가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의 정읍지역도 2006년 38cm의 폭설이 내린 후 6년만이다.  정읍시는 이날 새벽 4시30분부터 방산재와 구절재 등 고갯길 9개소 34.5㎞에 공무원, 도로 보수원과 민간인 등 1400여명을 동원하고 제설기와 살포기를 장착한 덤프 10대와 굴삭기 2대로 제설 작업을 펼쳤다.

정읍시는 24일 김생기 시장과 1400여 공직자 전원이 9시 30분부터 시내 전지역에서 제설작업을 실시했다.(정읍시제공)/뉴스1© News1
정읍시는 24일 김생기 시장과 1400여 공직자 전원이 9시 30분부터 시내 전지역에서 제설작업을 실시했다.(정읍시제공)/뉴스1© News1


이번 폭설로 정읍시와 고창군 전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출근길도 쉽지가 않다. 시가지 도로도 엄청난 눈으로 뒤덮여 인도와 차도의 구분도 어렵다. 

24일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23~24일 오후 4시까지 전북 서해안 지역에는 정읍 37.5cm를 최고 기록으로 고창 35cm 등 서해안 지역 일대에 폭설이 내렸다. 폭설이 내린 고창읍 주요도로. © News1 박제철 기자
24일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23~24일 오후 4시까지 전북 서해안 지역에는 정읍 37.5cm를 최고 기록으로 고창 35cm 등 서해안 지역 일대에 폭설이 내렸다. 폭설이 내린 고창읍 주요도로. © News1 박제철 기자


도로 곳곳에 멈춰선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가끔씩 견인차량과 제설차량이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지나갈 뿐이다.

오가는 인적도 끊겼다. 일부 상가 주인들이 집앞 인도를 치워보지만 내리는 눈 때문에 역부족이다. 내리는 눈을 원망스럽게 쳐다볼 뿐이다.

주요 간선도로들은 그나마 제설차량이 동원돼 눈을 치우긴 했지만 통행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 전역에 30cm안팎의 폭설이 내린 24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서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차량 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정읍지역이 31.5cm의 기록적인 적설량을 기록한 가운데 전주에도 15.5cm의 많은 눈이 쌓였다. 2016.1.24/뉴스1 © News1 김대홍 기자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 전역에 30cm안팎의 폭설이 내린 24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서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차량 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정읍지역이 31.5cm의 기록적인 적설량을 기록한 가운데 전주에도 15.5cm의 많은 눈이 쌓였다. 2016.1.24/뉴스1 © News1 김대홍 기자


주민들은 일찌감치 차량으로 이동을 포기하고 걸어서 다니고 있다. 영하 16도 한파까지 겹치면서 지역 곳곳이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고요하다.

이번 폭설로 정읍시 감곡면에서 대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4동(1024㎡)이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25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의 대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 앉아 있다. 대설경보가 내려진 전북 정읍지역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37.5cm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다.2016.1.24/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25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의 대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 앉아 있다. 대설경보가 내려진 전북 정읍지역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37.5cm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다.2016.1.24/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고창군은 이날 박우정 고창군수를 중심으로 오전 비상소집을 통해 700여 전직원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시내 상가, 모양성 주변, 터미널 등 주요 공공장소에서 눈과의 싸움을 벌였다.

성현섭 고창군 문화시설사업소 담당은 "비상소집해서 눈을 치우기는 치우는데 한계가 있네요, 이 많은 눈을 치우려면 중장비가 동원되어야 할 것 같다"며 내리는 눈을 원망했다.

박균학 자치행정과장은 "전직원 비상소집을 통해 시내 주요도로에서 제설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양이 내려 도로 소통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눈이 5cm이상 더 내릴 것으로 보여 눈 피해가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제설기와 살포기를 장착한 덤프트럭 등 제설장비를 풀 가동시켜 눈 피해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23~24일까지 기록적 폭설이 내린 전북 고창군에 눈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35cm가 내린 고창지역에서는 공음면 비닐하우스 1동(225㎡)이 폭설로 주저앉았다. © News1 박제철 기자
23~24일까지 기록적 폭설이 내린 전북 고창군에 눈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35cm가 내린 고창지역에서는 공음면 비닐하우스 1동(225㎡)이 폭설로 주저앉았다. © News1 박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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