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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는 '짬밥'이 계급보다 우선이라고요?"

강력계 형사들이 본 '경찰 드라마'…"국민 눈 높이 높아진만큼 더 열심히"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5-09-29 09:00 송고
미세스캅 스틸사진.(출처 SBS드라마 미세스캅 홈페이지)© News1
미세스캅 스틸사진.(출처 SBS드라마 미세스캅 홈페이지)© News1
"강력계는 말이야 부탁한다고 뽑아주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그런곳이 아니야"

드라마 '미세스 캅' 주인공이자 서울지방경찰청 강력1팀장 최영진(김희애 분) 경감은 민도영(이다희 분) 경위가 팀원으로 받아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한다.
경찰 내 조직이라고 해도 강력계만의 '특수성'이 있고 일이 힘들고 어려워 경험 없는 경찰대 출신 '샌님 언니'가 감히 넘봐선 안되는 구역이라는 의미가 녹아있다.

우여곡절 끝에 강력1팀에 들어가지만 민 경위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팀 성원을 자축하며 회식을 갖는 자리. 얼큰하게 취해 식당 밖으로 바람쐬러 나왔다 마주친 한진우 경장(손호준 분)이 엄포를 놓는다.

"강력계는 계급장 필요없어. 무조건 짬이 먼저야. 그리고 앞으로 말 놓을 거니까 개기지마"

민 경위는 '충성'을 약속하고 이후 꼬박꼬박 한 경장을 선배라고 부르며 따른다. 심지어 자신이 들어오기 전까지 팀의 막내였던 이세원 순경(이기광 분)이 하던 사무실 물걸레질까지 떠맡는다.
1200만명이 넘게본 영화 '베테랑'에 이어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취재를 이유로 수년간 경찰서를 들락거린 입장에서 공감하고 때론 배우며 재밌게 보고있다. 매일 보는 '경찰 아저씨'들이 안보이는 곳에선 이런 훌륭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도 새삼 깨닫는다.

드라마 '미세스캅'에서 민도영(이다희 분) 경위는 한진우 경장(손호준 분)보다 두 계급이나 높지만 '강력계 신참'이라는 이유로 한 경장을 '선배'라고 부른다. 강력계 형사들은 '드라마 속 설정일뿐 현실에서는 계급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SBS 드라마 미세스캅 화면 캡처) © News1
드라마 '미세스캅'에서 민도영(이다희 분) 경위는 한진우 경장(손호준 분)보다 두 계급이나 높지만 '강력계 신참'이라는 이유로 한 경장을 '선배'라고 부른다. 강력계 형사들은 '드라마 속 설정일뿐 현실에서는 계급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SBS 드라마 미세스캅 화면 캡처) © News1
드라마를 보면서 궁금한 점도 생겼다. 우선 강력계 내 '서열정리'. 민 경위는 강력계 신참이라는 이유로 자신보다 두계급이나 낮은 이 순경 대신 매일 아침 물걸레를 잡아야 했을까.

확인 결과, 실제 '그들이 사는 세상'에선 경찰 내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짬'보다 '계급'이 우선이라고 한다.

다수 강력계 관계자들은 "드라마 속 장치일 뿐"이라며 "(실제)경찰은 '계급조직'이고 강력계도 예외일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순경→경장→경사→경위 체계 속에서 적어도 근무 중일 때는 경위가 순경이나 경장에게 '선배'라고 부르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다만 부하직원이 상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경우라면 근무 중에도 상급자가 존댓말을 쓰기도 하고 사적인 자리에선 개인적으로 존중의 뜻을 나타내기도 하는 일은 있다고 한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비리 경찰'인 상관의 방해에도 현명하게 해결해 내는 '서울청 강력1팀'의 존재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드라마 속 최 경감의 직속상관인 '강력계장'의 실제모델인 서울청 강력계장에게 확인한 결과 안타깝게도 현재 서울청에는 '강력1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실제 같은 이름의 팀이 서울청에 존재했지만 올해 직제가 개편되면서 서울청 '강력계'는 주로 내근을 맡는다고 했다. 실제 사건 수사 등 '외근'은 영화 베테랑을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광역수사대(광수대)가 담당한다.

드라마속 '강력1팀'과 성격이 비슷한 팀을 굳이 꼽자면 광수대 광역1계의 광역1팀 정도가 되지 않나 싶다. 광수대에 따르면 광역1팀은 살인·강도 등 강력사건뿐만 아니라 일선서 등에서 해결이 어려운 사건을 주로 맡는다.

서울지방경찰청 전경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전경 © News1 신웅수 기자
광수대 형사들은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강력계 경력만 17년이라는 오창근 광역1팀장은 "드라마를 가끔 본다"면서도 "실제로는 형사들이 그 보다 훨씬 더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강력계 얘기가)많이 다뤄지고 거기서 범인 잡는 모습을 보고 '실제로도 그렇느냐'고 묻기도 하는 등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드라마 등을 본 국민들이 많이 기대하고 신뢰를 해주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더 잘하는 계기로 삼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만큼 국민들의 보는 눈도 높아지고 영화나 드라마를 범죄자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그 보다 앞서 나가려고 노력을 한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에서 서울청 형사과장이 기업 회장의 '스폰'을 받고 최 경감의 수사 등을 방해하는 '비리 경찰'로 그려지는 부분을 경찰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 팀장은 "수사를 함에 있어서는 소신껏 한다"며 "직접 체험하고, 밑에서 본 체계는 (부당한 외압 등이 작용할 수 있도록)그렇게 돼 있지 않다. 사건 수사를 부당한 이유로 끊거나 그러면 검찰에서 바로 알고 언론에서도 문제를 삼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실의 '서울청 형사과장' 심기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맡고 있는 직책이 드라마 속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져 드라마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정작 형사과장 본인은 경찰을 다룬 드라마인만큼 간간히 보고 있고, 드라마 구성 상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자녀들도 종종 드라마를 보는데 어느날은 아들이 '아빠 비리 경찰 아니냐'고 물어와 형사과장이 직접 '아니다'고 해명을 한 일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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