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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써와"…청담동 아파트서 경비원 상대 '갑질' 논란

"시말서, 경위서, 반성문 요구 끝에 결국 경비원 생활 떠나"
전문가 "시민의식 성숙과 명확한 계약관계, 문제 해결의 조건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5-08-17 07:26 송고 | 2015-08-17 18:51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의 한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에 분신자살을 선택한 사건이 발생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강남의 또다른 아파트에서도 경비원을 상대로 한 입주민의 '갑질'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거주민과 경비원 박모(65)씨에 따르면 박씨는 입주민 A(여)씨의 '반성문'과 '사과문' 요구 등의 괴롭힘 끝에 결국 지난달 30일 일터를 떠났다.

경비원 박씨와 입주민 A씨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 A씨가 박씨가 근무하는 아파트로 입주하면서 시작됐다. 이사하는 집의 도배 문제를 두고 도배업자와 "도배비를 줄 수 없다"고 승강이를 벌이던 A씨는 경비원 박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박씨는 두 사람간의 갈등을 직접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A씨에게 경찰을 부를 것을 제안했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사태가 진정되나 싶어 경비실로 내려온 박씨는 갑자기 자신을 향한 A씨의 고함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도배업자의 방문을 경비원이 막지 못했다"며 박씨에게 따지기 시작하며 '경위서'와 '시말서' 등을 작성하라고 강요했다.

박씨는 "처음 A씨가 '시말서'를 요구했을 때 '절대 쓸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며 "시말서 대신 경위서를 쓰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작성한 경위서를 A씨에게 전달한 지 6개월이 지난 지난 6월, A씨는 또 다시 박씨를 찾아왔다. A씨는 박씨에게 "그동안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봤냐"며 급기야 사과문을 요구했다.

박씨는 사과문 요구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좋게 해결하자'는 마음에 며칠을 고민하다 사과문을 결국 작성했다. 2011년부터 매일같이 몸담아 온 직장을 한 순간에 잃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과문을 받은 A씨는 또 다시 박씨를 찾아 "사과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사과문에 대한 확인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사과문에 왜 도배업자가 집에 올 때가지 이를 제지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이유를 적으라"고도 주문했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박씨는 "사과문을 쓰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A씨는 이에 관리소장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경위서'에 이어 '사과문'까지 요구받던 그는 지난달을 끝으로 경비원 생활을 접게 됐다. 그는 "관리소장마저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 힘들었다"며 "일을 계속 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지만 A씨의 '관리비로 경비원의 월급을 준다'는 등의 발언을 계속 참을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박씨는 "남은 경비원들과 A씨가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고 당분간은 푹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박씨와 주민 A씨간의 갈등에 대해 아파트 주민과 인근 상인들도 말을 더했다. 이 아파트 주민 정모씨는 이번 일을 '슈퍼 갑질' 이라고 규정하면서 "박씨가 결국 경비원을 그만두게 된 것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안좋은 일로 떠난 박씨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는 한 주민도 "올해 초 다림질이 잘못됐다며 A씨가 찾아와 수차례에 걸쳐 '다시 해달라'고 무작정 요구한 바 있다"며 "결국 A씨와의 거래를 끊었다"고 귀띔했다.

경비원 박씨 등의 주장에 대한 A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진은 수차례에 걸쳐 해당 아파트를 찾았지만 결국 A씨를 만날 수는 없었다. 며칠간의 방문 끝에 연락이 닿은 A씨 가족은 "이미 한참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에 대해 '과도한 갑질'이라며 "시민의식 성숙과 명확한 계약관계가 문제 해결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번 일을 전형적인 과도한 '갑질'로 규정한다"며 "경비원을 복직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처장은 "경비원이 스스로 물러났지만 절대 그만둘 일이 아니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관리·감독하는 구청에서 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주민의식의 성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경비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부당행위에 공동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끊이지 않는 경비원에 대한 '갑질'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약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입주민의 관리비로 경비원의 월급이 지급돼 '갑질' 논란이 계속된다는 주장에 대해 윤 변호사는 "그런 인식 자체가 틀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관리비를 내는 사람은 입주민이라도 월급을 주는 곳은 용역업체"라며 "'아파트대표자회의'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을 했다면 전권을 업체에 맡기든가, 아니면 직접 고용을 통해 지휘감독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정한 아파트대표자회의와 용역업체간 체결하는 '표준계약안'에 경비원이 해야할 일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외의 일에 대해서 입주민들이 간섭하는 것은 배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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