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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스타라는 필연적 숙명의 무게(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2015-08-08 07:00 송고

"스타성 없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배우 전지현(35)이 영화 '암살' 인터뷰 당시 했던 이 말은 그가 어떤 배우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잇따른 영화 흥행 실패를 겪고 한동안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 없어 스스로 작품에 활용 및 적용 가능한 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은 듯 보였지만, 그의 말마따나 스타성이란 건 얻겠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 듯 버린다고 버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작품에 관계 없이 대중에게 그는 언제나 스타였고 언제든 근사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는 타고난 스타 중의 스타였다.

그래서 영화 '도둑들' 예니콜 캐릭터를 통해 제2의 전성기로 이끌어준 최동훈 감독과 '암살'로 다시 만난 건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어떤 작품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도, 심지어 시나리오가 나오기 이전에도, 꼭 출연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보통 신뢰 관계가 밑바탕돼 있는 게 아닐 것이라 짐작됐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의 생생한 캐릭터 플레이로 대중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전지현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플레이에 탁월한 최동훈 감독과의 만남은 더욱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180억이라는 대작,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책임감, 화려한 멀티캐스팅, 이 부담스러운 단어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현재 전지현의 위치다. 그는 "연예계라는 곳은 철저히 마켓"이라고 "배우의 경쟁력은 마켓의 힘이 좌우하고, 배우가 연기를 잘 하고 관객에게 사랑받는 건 기본"이라고 말하면서 "나만의 시장을 갖겠다"고 한다. 그의 지론에 기반해 '스타'라는 위치를 생각해보면, 그건 분명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숙명은 아닌 것 같다. 시장의 매정한 자본 논리와 기회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의 무게를 견디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니.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위헤 총 무게 5kg의 장총이 손에 익숙해지도록 매일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기도 했다. 주어진 기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것 역시 프로다워야 했다. 가녀린 몸에 무거운 총을 들고 누비는 전지현의 모습은 상상이 어려웠지만, 스크린에서의 그는 대의를 위해 희생을 두려워 하지 않는 여성 독립군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있었다. 때문에 전지현의 "배우이자 스타이고 싶다"는 말을 단순히 듣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리스크와 노력을 담보하는 것이 곧 스타라는 것을 알려준 까닭이 아니었을까.
<span>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안옥윤 캐릭터를 위해 노력했던 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span>
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 안옥윤 캐릭터를 위해 노력했던 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최동훈 감독과는 '도둑들'로 호흡을 맞췄다. 작품 출연 계기는 감독과의 신뢰 때문이었을 것 같다. 
A. 시나리오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작품은 최동훈 감독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던 상태였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외려 놀랐다. 예상보다 더 재미도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역할이 여배우로서는 일생에 한 번 만나보기 힘든 매력적인 캐릭터더라.

Q. 배우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이경영, 조진웅, 최덕문 등과도 호흡을 맞추면서도 이들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여배우가 중심 인물인 영화인 작품이 특별했지만 이에 따른 부담감도 있지 않았을까. 
A. 정말 잘 해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동시에 설렘도 느껴졌다. 안옥윤 캐릭터를 생각하면 할 수록 어렵더라. 인물을 먼저 인간적으로도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표현이라는 것 자체가 막막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인물이 처한 시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셔서 거기서 해답을 찾았다.

Q. 시대를 배경으로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궁금하다. 
A.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 시대 자료 화면도 보고 시대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인물 구축이 수월했고 인물의 행동에 이해가 갔다. 촬영을 하면서도 애국심이 생기더라.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사진을 찍던 순간은 실제로도 뭉클해지기도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감정은 처음 들더라.

<span>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의 명장면을 찍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고백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span>
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의 명장면을 찍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고백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저격수라는 설정답게 총격신을 촬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실제 총을 들었는데 정말 너무 무겁더라. 가벼운 가짜 총으로 생각하겠지만 진짜 길이가 1m에 육박하는 총이었다. 실제 무게는 5kg이었지만 심리적으로는 8kg에 달하는 무게였다. 내 몸에 장착된 것처럼 들고 뛰면서 목표물을 조준하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 실제로 독립군이 이런 총을 들고 싸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Q. 웨딩드레스를 입고 촬영한 총격신도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다. '암살'에서 손에 꼽히는 명장면이 아닐까. 
A. 그 장면은 시나리오에서부터 강렬했고 매력적이더라. 여성성이 극대화된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쏘는 장면은 여배우로서 기회였다. 옷 자체가 입고 액션을 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정말 잘 하고 싶더라. 예쁘면서도 멋지게 보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Q. 최동훈 감독과의 시너지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 
A. 감독님과의 호흡은 단연 최고였다. 연기가 만족스러웠을 때나 불만족스러웠을 때 서로 의견이 같았다. 배우로서 애매할 때도 정말 포인트를 잘 집어주셨는데 그때 정말 희열이 느껴졌다.

<span>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을 통해 다시 호흡을 맞춘 최동훈 감독과 배우 하정우와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span>
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을 통해 다시 호흡을 맞춘 최동훈 감독과 배우 하정우와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전작 '베를린'에 이어 하정우와 호흡을 맞췄다. 이번 촬영은 어땠나. 
A. 난 하정우 오빠의 유머가 너무 재미있다. 날 웃겨주려고 작정을 하고 온 날이면 더 웃기더라. (웃음) '베를린'에서는 서로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번엔 함께 하는 장면이 전에 비해 많지 않다 보니 만날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언제 오나 기다리기도 했다. 하하. 그 정도로 활력소 같은 존재더라. 우리 둘의 모습이 '베를린'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라니 정말 다행이다.

Q. 작품에서 멀티캐스팅의 이점은 익히 알고 있지만 배우로서는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A. '도둑들'을 찍으면서 느낀 건데 일단 다른 배우들과 다 일찍 친해져야 영화도 잘 나온다는 것이었다. 현장이 즐거워야 연기도 즐겁고 그만큼 훌륭한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2등은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묻어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 내 캐릭터만 매력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Q. 많은 여배우들이 결혼 이후에 인기를 잃는 경우가 많은데 전지현은 외려 결혼 이후에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를 만나고 연기에서도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A.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연기를 하고 있으면 배가 고픈지, 어디가 아픈지 느껴지지가 않는다. 집중할 수 있는 게 연기 뿐인 것 같다. 촬영장에 있는 것 자체가 즐겁더라. 앞으로도 캐릭터 플레이가 강렬한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다. 30대 들어서는 무난한 역할 보다 캐릭터가 강한 작품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그런 자신감도 근래 들어 생겼다.

Q. 벌써 데뷔 18년차다. 데뷔 이후 한결 같이 스타성을 잃지 않아온 배우로 유일하다. 
A. 한때는 무조건 배우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배우란 것이 상업적인 곳에 속해 있는 만큼 스타성이 없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 배우에게 기회는 마켓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경쟁력은 마켓의 힘이 좌우한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하고 관객에게 사랑받는 건 기본이기 때문에 나만의 시장을 갖는 게 중요하다. 난 계속 스타이면서 배우이고 싶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품은 아시아에서 통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국내 작품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

<span>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타성'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에 대해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span>
배우 전지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타성'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에 대해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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