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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세월호?…거리로 쫓겨난 오룡호 실종자 가족

사고 60일 지났지만 사조산업 분향소조차 설치 안해…세월호 가족까지 나서 대책 촉구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5-02-08 15:00 송고 | 2015-02-09 09:18 최종수정
´501오룡호´ 침몰 직전 마지막 교신 내용 © News1
´501오룡호´ 침몰 직전 마지막 교신 내용 © News1

지난해 12월 1일 러시아에서 조업 중이던 '69오양호'는 1일 오전 10시경 기상악화로 나바린으로 피항을 시작했다. 이양우 오양호 선장은 근처에 있던 김계환 '501오룡호' 선장에게 "기상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니 판단을 서두르자"고 교신을 보냈고 12시경 오룡호도 나바린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장은 "어획물 처리실로 바닷물이 새들어가고 있다"고 다시 말했다. 이후 "배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으니 이쪽으로 와달라"고 외쳤다. 근처에 있던 또다른 국내 어선인 '카롤리나77호'가 교신을 듣고 오룡호로 다가가 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를 전달했지만 해수를 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오후 4시경 김 선장은 교신을 통해 카롤리나호에 "경사가 심해져 퇴선을 결정했으니 구조를 부탁한다"고 다급하게 전달했다. 당시 김 선장은 동생 세환 씨에게 전화해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고 말한 뒤 10초만에 통신을 멈췄다.

이후 오양호와의 교신을 통해 "지금 선박이 모두 소등된 상태"라며 "선원들을 저렇게 만들어놓고 무슨 면목으로 살겠는가 라는 말을 남기고 차디찬 서베어링해 해저로 가라앉았다. 결국 "전부 살아나와 부산에서 소주 한 잔하자"는 이 선장의 마지막 교신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는 오룡호 침몰 당시의 교신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상황이다. 마지막까지 배와 함께한 선원들은 많은 가족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으며 사고 발생 60여일이 지난 현재 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잊혀지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관심 밖에 남겨진 유가족들은 아직도 사측과의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엄동설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대화를 촉구하는 등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달 11일 '501오룡호' 한국인 선원 시신 6구가 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경비함정 5001함에 실려 부산 감천항에 도착했다. 장례절차를 맡은 관계자들이 시민장례식장으로 이송하기 위해 시신들을 운구차량으로 옮기고 있다(이승배 기자)20105.01.11/뉴스1 © News1
지난달 11일 '501오룡호' 한국인 선원 시신 6구가 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경비함정 5001함에 실려 부산 감천항에 도착했다. 장례절차를 맡은 관계자들이 시민장례식장으로 이송하기 위해 시신들을 운구차량으로 옮기고 있다(이승배 기자)20105.01.11/뉴스1 © News1

사고 직후 사조산업 측은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과 함께 수습에 나섰다. 회장이 직접 나서 '진정성'을 언급한 만큼 사태는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최근까지도 사조산업은 온갖 회유와 협박을 동반하며 3000만원의 위로금(보상금 별도)을 줄테니 빨리 장례를 시작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오룡호 실종자 가족들은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달 6일 서울로 실종자 가족들은 서울 서대문구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서는 "내 새끼 살려내. 내새끼 잡아먹었으면 내려와서 이야기 좀 하자. 공개적으로 대화하자"는 절규도 들렸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책임감 있는 사태해결 노력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수색마저 중단된 상황.

분향소 조차 없이 차가운 스티로폼 위에서 수색작업 결과를 기다려 왔던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당시 자리에서 만난 오룡호 선원 가족들의 법률 조언을 맡고 있는 고영일 해양전문 변호사는 "사조그룹이 도의적인 책임을 다 하지않고 있다"며 "직접 수색을 기다리는 현장에 가보니 가족들의 요구에도 분향소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에서 선원 가족들에게 제공한 것은 전기장판 몇 장이 전부"라며 "스티로폼 위에서 쪽잠을 청하는 이들에게 밥과 물 조차도 제공하지 않는 등 사후처리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8일 오후 오룡호 사망자·실종자 유가족들이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수색을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 2015.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회사 측은 주변의 눈을 의식해 실종자 가족들을 사내 빈 공간으로 들였지만 문제는 여기서도 발생했다. 사내에 마련된 공간에서 중단된 사망 및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고 있는 이들에게 일방적인 퇴실을 통보한 것이다.

지난달 16일 사조산업은 본사 3층에 '퇴실 공고'를 붙였다. 공문에는 "당사 빌딩 운영 및 관리의 애로사항 발생과 더불어 당 빌딩 입주사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부득이하게 퇴실조치를 공고하오니 이에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게재돼 있었다. 해당 공고문에는 '퇴실 기한은 2015.01.16 12:00'라고 시기까지 명시돼 있었다.

이를 확인한 가족들은 "지방에서 상경한 수십명의 인원들이 갈 곳이 어딨는가"라며 반발했고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사측은 공고문을 철회했다. 이후 사측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던 사무실 전기를 끊고 7일간 냉방에서 지내게 한 뒤 밖으로 내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지 60여일이 지난 지금도 사측과 갈등이 지속되자 이번에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힘을 보태고 나섰다.

5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룡호 실종자 가족들과 연계해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사조산업이 오룡호 침몰 사고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장난 배 살인원양, 사조산업 책임져라"라는 문구를 내걸고 강하게 규탄했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오룡호 가족들에게 힘을 싣기 위한 것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요룡호 가족들은 사측 측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건물안으로 진입하려했지만 경찰들에 의해 막혔다.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들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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