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는 밀리지만 질적인 면에선 자신있다?'
업계 2위 현대제철이 과거와는 달리 시차를 두지 않고 업계1위 포스코와 같은 날 2014년 실적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현대제철이 아직 외형면에선 포스코에 크게 뒤지지만, 실적의 질적인 측면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짧게는 1~2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격차를 두고 실적을 발표해왔다. 포스코가 먼저 실적을 발표하면 현대제철이 그 다음에 이어서 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연간실적발표를 앞두고 룰이 깨졌다. 포스코가 실적 발표일을 미리 점찍어둔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같은 날 실적발표와 기업설명회까지 개최한 것은 나름 의도한 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3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하며 나쁘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은 65조984억원으로 전년보다 5.2% 늘었고, 영업이익 3조2135억원으로 7.3% 증가했다. 2013년 4.8%에 그쳤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도 다시 8%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만년 2위였던 현대제철은 외형으로는 아직 포스코와 대등한 비교가 어렵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포스코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6조329억원으로 전년대비 25.1% 늘었고, 영업이익 1조4400억원을 기록해 100.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연간 9%대를 보이며 8%에 그친 포스코를 앞질렀다.다양한 계열사가 엮여 있는 포스코라는 점에서 각 계열사의 경영상황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다음날 이어진 주가에서 나타난 시장의 평가도 질적인 면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현대제철의 주가는 6만5900원으로 전일대비 0.92% 올랐지만, 포스코는 7.68% 하락하며 25만2500원까지 떨어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경영전략에서도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포스코가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등 계열사를 매각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반면, 현대제철은 3고로를 완전가동하며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과 동부특수강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또 현대제철은 당진에 특수강공장과 2CGL(용융아연도금라인)을 건설하는 등 자체 증설에도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최근에는 단조업체인 SPP율촌에너지 인수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이미 포스코의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 등 확고한 수요업체를 등에 업으면서 이미 판매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을 의식한 포스코도 수요처 다변화로 맞서고 있다. 2013년 말까지 3%대를 차지했던 포스코의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은 올들어 1%대로 떨어졌다. 포스코는 국내보다 해외 완성차 업체 등으로 판매처를 옮겨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숫자상으로 두 업체 모두 지난해 실적 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현대제철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상대적으로 포스코의 성과가 묻히는 분위기”라며 “다만, 외형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실적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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