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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졸업 의사…알고보니 중졸 사기꾼

미니홈피 이력 조작·의사 가운 제작까지
의학용어·영어 독학해 실제 의사와 친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3-09-16 20:59 송고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제공. © News1


미국 시민권자에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서모씨(31)는 대학병원 성형외과 부교수와 전문의로 일하면서 주변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유창한 영어실력과 대화 중 간간이 나오는 의학용어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서씨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

더구나 국내 굴지의 기업 S그룹과 D그룹 등 재벌가 3세들과 친분은 서씨의 앞날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처럼 느껴졌다.

지난 2011년 5월 K씨(33·여)는 미니홈피 일촌의 소개로 서씨와 처음 연을 맺게 됐다. 이후 K씨는 서씨와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고 동거를 하며 함께 장미빛 미래를 설계했다.

급하게 친척 결혼식에 낼 축의금이 필요하다고 할 때면 돈도 빌려주곤 했다. 서씨가 그렇게 K씨로부터 빌려간 돈은 모두 5000만원이었다.
하루는 대기업 회장이 자신에게 집을 마련해줘 이에 보답하는 의미로 회장 손주들에게 줄 용돈이 필요하다며 3000만원을 빌려갔다.

하지만 지난 5월 초 서씨의 연락이 갑자기 끊겼다. 서씨는 미국으로 함께 출국하기로 한 날짜를 며칠 앞두고 잠적해버렸다. 1년간 이어온 동거생활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서씨를 철썩같이 믿었던 K씨는 그제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씨는 잠적 후 지방을 전전하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중졸 무직자인 서씨는 여성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는 K씨와 같은 여성들을 속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서씨는 2007년부터 미니홈피와 미국 유학생 친목모임 사이트 등에 자신의 이력을 영문으로 작성하고 미국 유학생, 의사 등과 친분을 쌓아왔다.

하버드 의대 마크가 붙은 의사 가운과 성형외과 의사 명함, 친분이 있는 의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은 모두 서씨와 주변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가짜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서씨는 미국 등 해외에는 나간본 적도 없었지만 독학으로 영어와 의학 용어를 습득한 결과 실제 의사들과 대화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실제 의사들도 서씨의 언변에 속아 함께 지방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하버대 의대 졸업생 등을 사칭해 K씨로부터 5000만원을 가로채고 캠코더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사기 및 절도)로 서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는 K씨와 함께 찍은 동영상과 K씨로부터 빌린 돈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캠코더, 통장 등을 훔친 것으로 보인다"며 "서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성들의 연락처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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