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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망국의 황제라지만"…순종 동상 철거에 역사계·후손 비판

대구 중구 철거 착수…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 "일제 꼭두각시 아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2024-04-22 17:42 송고
22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서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순종 황제 동상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뒤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2013년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어가길(중구 수창동~인교동 2.1㎞)' 조성과 함께 세워진 순종 황제 동상은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 끝에 건립 11년 만에 철거하게 됐다. 2024.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2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서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순종 황제 동상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뒤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2013년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어가길(중구 수창동~인교동 2.1㎞)' 조성과 함께 세워진 순종 황제 동상은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 끝에 건립 11년 만에 철거하게 됐다. 2024.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조성 당시부터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인 대구 순종 황제 동상 철거 작업이 22일 시작됐지만, 철거에 대한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기고문을 통해 "아무리 망국의 황제라 하더라도 한 나라를 대표한 국가 원수의 동상을 세웠다 헐었다 하기를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권능의 소지자들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전 위원장은 "고종, 순종은 언젠가부터 망국의 책임 '원흉'으로 간주해 제멋대로 도마에 올리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며 "1909년 1~2월 순종 황제의 순행(巡幸)은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구상한 것이 사실이나, 순종은 결코 굴종해 나선 꼭두각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제국 황실후손단체인 의친왕기념사업회도 입장문을 내 "70억 원 들여서 짓고 4억 원 들여서 철거할 바엔 조선왕릉 유릉이나 창덕궁 희정당에 기증해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제를 욕되게 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친왕은 고종의 둘째 아들이자 순종의 동생이다.
순종 황제 동상은 2013년부터 공사에 들어간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어가길'(중구 수창동~인교동 2.1㎞) 조성 사업이 완료된 2017년 건립됐다.

1909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남순행(南巡行) 중 대구를 다녀간 것을 모티브로 삼았다. 어가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대례복을 입은 5.5m 높이의 금빛 순종 황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당시 도시활력증진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동상 등 순종 황제 어가길 조성에는 70억 원이 들었다.

어가길 조성 당시 중구는 '황제의 길'이라는 역사적 공간의 복원을 통해 근대국가 수립을 위한 노력과 일제의 침탈에 맞선 민족운동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친일 미화 논란에 직면했다.

대구 중구는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22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서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순종 황제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2024.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2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서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순종 황제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2024.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후 순종 황제 어가길이 관광지의 역할을 사실상 상실하자 순종 동상 역시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하반기 50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서 통행 등에 방해가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 중구는 지난 17일 공공조형물 해체 심의를 통해 순종 조형물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철거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4억 원이며, 이날 철거를 시작해 이달 중 완료할 예정이다.

철거가 완료되면 이 공간은 도로로 원상복구돼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된다.

중구 측은 "친일 미화 논란과 함께 통행로가 좁다는 민원이 너무 많아 지난해부터 철거를 검토해 왔다. 올 연말까지 도로 확장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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