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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태극기 꽂고 통일돼 돌아온다던 6·25전사자…가족 품으로

2003년 강원 횡성에서 발굴된 유해…고(故) 오용순 일병으로 확인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24-03-29 14:42 송고
고(故) 오용순 일병(왼쪽)의 생전 청년단장 시절 모습.(국방부 제공)
한국전쟁(6·25전쟁)에 참전해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통일돼 돌아온다던 국군 전사자가 지난 11일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03년 강원도 횡성군 압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고(故) 오용순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래로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28명으로 늘었다. 오 일병은 올 들어 첫 번째로 확인된 사례다.

군은 2003년 5월 압곡리 일대에서 지역주민과 참전용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발굴작업을 하던 중 4구의 유해를 발견했다.

2013년 9월 고인의 남동생 오백순씨를 찾아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으나, 당시 유전자 분석 결과로는 전사자와 유가족 간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올해 2월 국유단은 과거에 유전자 분석이 이뤄진 유해 중에서도 특히 다수의 유해가 발견된 지역을 대상으로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다시 분석, 고인과의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가운데)이 29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고(故) 오용순 일병의 유가족 자택을 찾아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가운데)이 29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고(故) 오용순 일병의 유가족 자택을 찾아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고인은 1931년 10월 전라북도 남원시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해방 이후 청년단에 가입한 고인은 무주지역 마을 청년단장으로 활동하며 청년 대상으로 목총사격 훈련을 지도했다. 이후 청년단 본부로부터 군사교육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아 대구로 이동한 고인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국군 제8사단에 편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은 국군 제8사단 소속으로, 의성지구, 영천지구, 영원-맹산 등 전투를 거친 후 횡성 전투의 마지막 날이었던 1951년 2월 12일 20세의 나이로 중 전사했다.

고인의 남동생 오씨는 "전쟁 중 북진 과정에서 형님이 형수님 앞으로 보낸 편지에 '얼마 있지 않으면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통일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적혀 있었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형수님은 나라의 통일과 고인의 귀환을 기대하며 기뻐하셨다"라고 말했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유가족의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여동생 오용이씨는 "전쟁 발발 다음 해에 받은 마지막 편지 이후로 소식이 끊긴 지 70년 만에 오빠의 유해라도 만날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라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가 잊지 않고 찾아준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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