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성원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 연기 생활을 하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1988'. 주인공 덕선(혜리 분)의 남동생 노을이었다. 선한 이미지로 사랑받으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던 때 그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멈춰섰다. 2020년 다시 병상에 누울 때 "정말 연기를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그를 좌절하게 했지만, 그는 다시 연기로 향했다. '기적' 같은 작품을 만나 오늘도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연기는 저에게 동반자예요, 중간중간 흔들리고 불안한 적도 있고, 두 번의 투병생활도 있었죠. 그럼에도 지금 저는 늘 연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 생명이 허락되는 한 나는 계속 연기를 하겠구나 제 방향이 더 뚜렷해졌어요."
다시 만난 기적같은 기회를 시작으로 또 한 번의 화양연화를 꿈꾸는 최성원과의 대화다.
배우 최성원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학폭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부모님들의 파워 게임에 따라서 (계급이) 종속되는 모습이 씁쓸했다. 드라마로서는 신선하면서도 무서운 느낌이었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영상화해야겠다 싶었다. 작가님 감독님도 백하린의 결말이 미화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 같다.
-정의롭지 않은 성격이 드러나는 반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처음에는 더 친절한 느낌이어야 할까, 변신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작가님이 선을 정해주셨다. 원작에서는 성추행하는 교사인데 드라마에서는 부모와 커넥션이 있는 비리교사 설정이다. 너무 친절한 이미지는 부담스러울 것 같고, 다정다감하고 무심한 듯 챙겨주는 그런 느낌의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반전이 드러난 이후에도 무던하고 털털한 느낌을 이어가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을 많이 만났다.
▶다들 눈이 반짝반짝하다.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있다. 열정은 이미 검증이 됐다. 힘든 촬영을 소화하면서 그 친구들끼리 동지애, 전우애도 엄청나게 생겼을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큰 자산, 추억이 생겼을 것이다. 다들 잘 해냈지만, 황현정 배우, 이규선 배우가 활약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세대 차이를 느낀 적도 있나.
나도 20대 못지않게 밈을 많이 안다. (웃음) 한 번은 뉴진스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이 친구들이 깜짝 놀라더라. 나도 뉴진스, 투어스 요즘 가수 노래 듣는다. (웃음)
-자신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
▶평범했다. 특별히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고 평범했다. 연기를 꿈꿨지만 '연예인이 꿈이에요!' 이런 이야기는 못 했다. 그리고 어릴 땐 뚱뚱했다. 100kg이 넘었으니까. 모델학원에 가니까 연기하려면 살을 빼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하나씩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배우 최성원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책임감을 느꼈다. 연기를 잘하도록 돕는 것도 있지만 올바르고 되도록 선한 방향으로 가는 태도, 그런 자세를 알려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 먼저 점검해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연기를 만난 게 전환점인 것 같다. 일이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나라는 사람의 인생과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해준다.
-활동보다 투병 생활이 널리 알려진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나.
▶뭐 유쾌하게 생각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극야' '피라미드 게임'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게 감동이다. 그럼에도 믿고 맡겨주신 거니까 더 잘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처음부터 연기는 나와 동반자처럼 쭉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흔들린 적도 있고 내가 이 길로 가도 되나 생각한 적도 있다. 불안했던 20대, 두 번의 투병 생활을 겪고 마흔이 됐다. 지금도 나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연기할까, 어떻게 다음 작품을 할지 생각하고 있다. 내게 생명이 허락되는 한, 나는 계속 연기를 하겠구나 싶었다. 이 생각이 더 뚜렷해졌다. 물론 예전에 꿈꿨던 것처럼 부와 명예도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연기를 다시 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신난다. 여기서 더 바라는 것은 없다. 다시 안 아팠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요즘 작품이 정말 많이 줄었다. 계속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천운이다. 돌아보니 1년에 한 작품씩은 했는데 그렇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계속 활동하면서 또 많이 배우고 싶다. 돌아보면 2013년 '여신님이 보고 계셔'부터 '응팔'까지 그때가 내 화양연화였던 것 같다. 앞으로 두 번째 화양연화를 만나고 싶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