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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만 나이 통일' 이어 '청소년 나이 확인 사업자 부담 완화' 필요

김남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24-03-20 06:00 송고
김남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복잡하던 나이 계산 방법이 민법에 이어 행정기본법에서도 '만 나이'로 통일됐다. 행정기본법 제7조의2는 "행정에 관한 나이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2022년 12월 27일에 개정돼 2023년 6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로써 행정상 나이도 '만 나이'가 원칙이 됐다.

'행정상 만 나이 통일'을 논의하던 당시 '만 나이 통일'과 더불어 항상 등장했던 문제가 있다. 나이 확인이 필요한 영업에서 사업자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나이 확인이 필요한 사업자에게 나이 확인에 따르는 시비를 없앨 수 있도록 법에서 사업자에게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상대방에게 협조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라든지, 또는 사업자가 나이 확인에 정상적인 주의의무를 다 한 경우에는 면책규정을 두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특히 사업자 면책규정이 필요하다는 문제는 만 나이 통일 문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인 것처럼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예컨대 과거 식품위생법에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한 식품접객업자는 1차위반으로 영업정지 2개월'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청소년이 위·변조 또는 도용한 신분증을 사용하고는 밥값이나 술값을 지불하지 않을 목적으로 스스로 신고를 한다든지, 처음에는 성년들이 들어와서 술과 음식을 주문하고는 중간에 청소년을 불러 신고하게 한다든지, 더 심각한 경우는 경쟁업자가 청소년에게 경쟁사업장에 가서 술을 먹고 자진신고 하게 시키는 경우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이 경우 청소년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반성문을 쓰고 훈방이 되는데, 그 반성문에서 '고의로 위와 같은 일을 벌이게 되어 미안하다'는 내용을 자술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시·도행정심판위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였다. 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대상 주류 판매로 인한 영업정지의 78%가 청소년의 '셀프신고'로 적발된 경우라고 한다.

지난해 법제처에 의하면 나이 확인 관련 억울한 사업자에 대한 조사에 응한 국민 가운데 80.8%가 '사업자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고, 부담완화 방안으로 대표적인 것이 행정제재 완화, 나이 확인 권한 및 협조의무 규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현행 식품위생법은 최근 제재처분과 관련된 제75조에 "다만, 식품접객영업자가 제13호(제44조제2항에 관한 부분만 해당한다)를 위반한 경우로서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 또는 도용으로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는 단서 규정을 신설했다.

뒤늦었지만, 일부 청소년들이 고의로 법위반행위를 자행해 사업자에게 억울한 피해를 주는 일들이 상당수 줄어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현재 이와 같은 면책규정이 식품위생법을 포함한 극히 일부 법률에만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 국회에는 공중위생관리법, 청소년보호법, 공연법 등 6개 법률안이 제출돼 있고 그 내용은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 또는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때에는 해당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사업자 면책 규정 또는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증표의 제시 등을 요청받은 사람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협조하여야 한다'는 협조의무 규정을 두자는 것이다.

청소년의 나이 확인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는 식품위생법 등과 사실상 동일한 문제라는 점, 일부 법률만 사업자 면책 규정이나 협조의무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법의 형평성이나 공정성 등의 관점에서도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법령의 정비가 하루 속히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뉴스1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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