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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고생하신 내 어머니…" 미디어월에 띄워진 가족사랑 눈길

[우리동네 히트상품]광주 남구청사 미디어월
가족·개인 사연 700여명 촬영·송출…"가족애 확산 계기되길"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박지현 기자 | 2024-03-02 08:01 송고
편집자주 천편일률적인 사업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시책으로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려는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도전을 살펴보는 '우리 동네 히트 상품' 기획시리즈로 마련했다.
광주시 남구청사 정문위에 설치된 미디어월 2024.2.6/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시 남구청사 정문위에 설치된 미디어월 2024.2.6/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세상 모진 풍파 다 겪어내시며 8남매 자식을 키워내신 내 어머니. 너무 애쓰셨습니다."

광주 백운광장 남구청사 4~5층 벽면에 설치된 '미디어월'에서 흘러나온 남구 주민 안 모 씨의 사연이다. 남구는 지난해 2월 가로 42m, 높이 9m 크기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어인 미디어월을 설치했다.
백운광장을 차량으로, 걸어서 통행하는 이들은 누구나 대형 화면에 나오는 안 씨의 모습과 눈물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공개된 공간에서 본인과 자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은 엄청난 부담감이지만, 안 씨에겐 평생을 가족에 헌신한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컸다.

영상 속 안 씨는 "어머니는 둘째 아들을 사고로 가슴에 묻은 것도 모자라 또다시 큰아들마저 사고로 장애가 되니, 아들 걱정에 병까지 들어 결국은 요양병원에 가시게 됐다. 어머니가 앉지도 못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고 전했다.
그는 "어머니의 부재로 홀로 살아 나가야하는 아들은 형제들이 서로 협력해 돌볼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말아달라.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남구 주민 장 모 씨도 미디어월을 통해 손녀딸에게 정성어린 영상편지를 띄웠다.

장 씨는 "너는 할아버지의 인생 친구이며 유일무이한 껌딱지"라고 말을 뗐다.

그는 "껌딱지를 생각하는 순간마다 별빛에 실려 온 별님의 소중한 안부 소식처럼 행복한 에너지와 활력소가 된다. 수많은 별들 중에 할아버지 품에 안겨온 너와 함께 삶이라는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인생의 날개를 활짝 펴고 마음껏 자유하며 날아보련다"는 시적 표현으로 손녀딸에게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청각·언어 장애를 지닌 농아인 7명은 대형 화면 속에서 수어로 가족들을 향한 마음을 전했고, 베트남을 떠나 광주에 터를 잡은 다문화가정 5명도 미디어월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이들처럼 가족애와 삶의 애환 등을 담아 미디어월에서 송출한 남구민은 현재까지 532명. 사업 초기에는 신청자가 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09명이, 올해에는 62명이 사연을 접수했다. 이 중 170명은 영상 촬영을 마치고 송출 대기 중이다.

남구는 당초 미디어월을 3차원 미디어 아트 등 실감콘텐츠와 공익 광고, 스마트 도시정보 등 정보 전달을 위해 미디어월을 설치했으나 '쌍방향 소통이 없는 미디어월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주민들의 속마음을 영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가족에게 영상 편지를 쓴 이들은 "가슴 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미디어월을 통해 여러 가족의 사연이 빛고을에 전파돼 가족애 확산의 소중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핵가족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족 간 유대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데, 가족사랑 편지가 이 문제를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발단이었다"며 "매주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삶을 다루면서 남구 주민 뿐만 아니라 광주 시민들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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