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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폐해 줄이려면…전문가들 '이것' 두가지 필수[악플러의 동굴⑦]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심각한 범죄' 인식하도록 처벌 강화해야
심리치료 병행해야 '재발' 막을 수 있어…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2023-07-03 05:00 송고 | 2023-07-03 09:00 최종수정
편집자주 악플러는 영미권에서 '인터넷 트롤'(Internet troll)이라 불린다. 트롤은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대부분 동굴에 살고 있다. 트롤은 인간을 공격하지만 햇볕을 쬐면 돌이 되거나 터진다. '현실 세계' 속 트롤도 양지가 아닌 음지를 지향한다. 악플러들이 온라인에 적어 올린 글은 흉기가 돼 누군가의 삶을 위협한다. 이들은 왜 악플을 다는 걸까. <뉴스1>이 직접 만나 악플러들의 '이중생활'을 들어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마키아벨리즘·나르시시즘·사디즘·사이코패스'

해외 학자들이 밝혀낸 악플러의 심리 특성이다. 악플러들은 보통 타인을 통제하고 행동을 조작하고자 하는 특성(마키아벨리즘),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특성(나르시시즘), 가학적인 성격(사디즘), 반사회적인 특성(사이코패스) 등을 갖는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악플러들은 보통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지루함을 풀거나 복수하기 위해 타인을 힘들게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악플을 목적으로 제2의 계정을 만들고 의도적으로 극단적인 악플을 달아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플을 다는 행위를 사이버 불링(cyberbulling)에 비유한다"며 "악플은 개인의 정신건강에 장기적인 후유증과 트라우마를 남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 참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등 이미 악플 폐해가 도를 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플을 막기 위해 '처벌 강화'와 '인터넷 실명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악플러들에 대한 심리 치료 등 이들의 행동에 대한 근원적인 동기를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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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벌금 등' 처벌 '솜방망이'…"처벌 강화해 악플이 문제라는 인식 심어줘야"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관련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6633건 △2020년 1만9388건 △2021년 2만8988건 △2022년 2만9258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이 관련 혐의로 검거한 건수도 △2019년 1만6633건 △2020년 1만2638건 △2021년 1만7423건으로 늘어났다.

유명인들이 잇달아 악플러들을 고소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악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해 악플이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사회 시스템을 통해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근거 없는 비방을 하거나 악플을 작성한 이들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또는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고 처벌 또한 기소유예나 가벼운 벌금형 등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로 구속된 인원은 43명에 불과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특정 범죄에 징역 282년을 선고하는 등 강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해당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죄인지를 인식하게 만들기 위함"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악플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것은 아직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플은 개인의 욕구에서 비롯된다"며 "자정적인 노력이나 기술적인 조치로 개인의 욕구를 제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악플이 심각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중 변호사(법무법인 하신)는 "현행법상 악플, 명예훼손은 처벌이 매우 약하다"면서 "통상적으로 매우 적은 수준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고소를 통해 상대방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악플러들의 처벌 강도가 너무 약하고, 처벌을 당했다고 사회 생활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처벌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악플은 보통 익명성에 기대다 보니 컨트롤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며 "실명을 드러낼 수 있다면 지금처럼 타인에게 심각한 악플을 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댓글을 완전 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연관된다"며 "좀 더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악플러들이 익명성에 숨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2019년 일명 '악플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당시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선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 악플 처벌 강화 등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반면 처벌 강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규 형사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공감)는 "법적으로 처벌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범죄만을 고려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악플의 형벌을 높이면 이보다 심각한 범죄 관련해서도 형벌을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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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들 심리 치료·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도 병행해야"

사람들이 악플을 다는 동기를 연구해 이에 맞는 심리 치료나 미디어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수연 교수는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스트레스 분출구로 악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학플을 다는 근원적인 동기를 파악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보통 악플은 사회에서 관심받지 못하는 자들이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다"며 "이러한 동기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에 맞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영은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공간은 미디어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즉각적인 상대방의 반응을 보기 어렵다"며 "미디어에 글을 남길 때 한번 더 생각하는 사고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이에 맞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디어를 잘 다룰 줄 아는 성인들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꾸준한 교육을 통해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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