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퓰리처 수장 작가인 미국의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
응우옌이 장편소설 '동조자'와 그 후속작인 '헌신자'의 출간 기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2008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 방문이다.그의 부모는 1930년대 베트남에서 태어나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경험했다. 1975년 베트남 패망 후에는 난민 신분으로, 당시 4세였던 응우옌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는 그가 이번 소설의 주인공을 프랑스 신부와 베트남 연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설정한 배경이 됐다.
응우옌은 "두 소설이 자전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난민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경험 속에서 마치 스파이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은 있었다"며 "학창 시절 정체성에 혼란이 와 밖에서는 미국인들을 염탐하고 집에서는 베트남인 부모를 염탐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은 HBO 시리즈 '동조자'에 대해선 "'올드보이'의 박 감독이 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니 영광"이며 "내 소설은 식민지, 배신, 정체성 혼란 등을 다루고 있는데 기억, 복수, 폭력 등을 그린 영화를 만든 박 감독의 스타일이나 색감이 '동조자'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좋은 매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인칭인 이 소설의 시점을 TV 화면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텐지만,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의 신간 '동조자'와 '헌신자'(민음사 제공) |
그는 자신이 주변에서 들었던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에 대한 인상은 '악명 높은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군 병사들이 베트남 중부 '한미'라는 마을에서 양민 165명을 학살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 사건은 한국 병사들도 인정한 '사실'임을 강조하며, 한국군 참전용사들이 이에 대한 추모비를 세웠지만 (한국군이라는) 주어가 빠진 채 '165명이 희생됐다'고만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추모비가 세워진 곳도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곳이어서 눈에 띄지도 않는다고 했다.
응우옌은 "모든 국가는 과거에 저지른 나쁜 행위를 부정하려는 본능이 있다"며 "프랑스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북베트남이든, 남베트남이든, 공산당이든, 반공주의자든 모두 마찬가지다, 내 소설은 이들 중 누구를 편드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자기 합리화와 정당화 모습을 있는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이중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던 이유는 "나는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지만, 내가 동양인이고 주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늘 상기해야 했다"며 "미국인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베트남 사람 때문에 망한다'고 써붙인 글을 보면서 충격도 받았다, 이런 일들로 인해 두 얼굴, 두 정체성 사이의 경계에 있다는 존재감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응우옌에 따르면, 책 제목인 '동조자'는 두 세계에서 온 사람이므로 어느 환경에 대해서든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그것이 이중간첩이 되는 비극의 단초이기도 하다. 또한 그런 공감력에서 비롯된 괴로움을 해소하려는 내적 갈등을 다룬 것이 이 소설의 주제다.
그는 "첫 번째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혁명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소설이 끝난다"며 "두 번째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실패한 혁명지만 나는 혁명가로서 어떤 혁명에 헌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출발하기 때문에 제목이 '헌신자'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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