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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승인 나야 묶인 돈 되찾는데"…고팍스 '고파이' 이용자의 호소

고정형 상품만 300억원 묶여…고파이 상환, 금융당국 '신고 수리'에 달려
금융당국, 바이낸스 인수전에 초점…고파이 이용자 "투자자 입장 고려해달라"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2023-03-24 07:05 송고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고팍스 홈페이지 캡처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고팍스 홈페이지 캡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가 대표이사 변경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운데, 신고 심사의 초점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에 맞춰지는 분위기다.

통상 대표이사 변경에 따른 변경신고는 행정적 사항으로 추가 심사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대표이사 변경이 사실상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뜻하는 만큼, 현재 금융당국은 바이낸스의 국내 시장 진출과 관련된 사안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변경신고를 수리할지 여부에 따라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전이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고파이' 이용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파이는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지난해 FTX 사태의 여파로 현재 고파이 이용자들은 맡긴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바이낸스는 고파이 상환액 전액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고팍스에 투자했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변경신고를 수리하고 인수가 마무리돼야 고파이 이용자들도 묶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고파이 상환, '변경신고 수리'에 달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고팍스의 변경신고 접수일로부터 45일째 되는 다음달 19일까지 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FIU는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의 경우 신고 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신고 수리 여부를 통지하게끔 돼있다.

고팍스는 등기상 대표이사가 창업자인 이준행 전 대표에서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바뀜에 따라 변경신고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단순 대표 변경으로 보지 않고, 바이낸스가 인수를 통해 국내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으로 보고 관련 사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내주고 있는 전북은행과도 회동을 가지는 등 변경신고를 사실상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로 보고 있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 우려가 깊어지는 건 고팍스도, 바이낸스도 아닌 '고파이' 이용자들이다. 앞서 고팍스는 'FTX 후폭풍'으로 인해 거래소 내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에 고객 자금이 묶이는 문제를 겪었다. 고파이 자금을 운용하던 미국 가상자산 운용 업체 제네시스캐피탈이 FTX 여파로 파산에 이르면서다. 현재 제네시스캐피탈은 고파이 자금은 물론 여러 채권자들의 가상자산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바이낸스는 자체 산업회복기금(IRI)을 통해 고팍스에 투자함으로써 고파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고파이 상환액 전액을 포함한 규모로 고팍스에 투자하기로 한 것. 이를 통해 바이낸스는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는 지난달 바이낸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사실을 알린 후 고파이 상환액 중 일부만 1차로 지급했다. 나머지는 3월 말 이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변경신고 수리를 비롯한 행정 절차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팍스 측은 "(바이낸스) 투자금은 모든 고파이 고객들이 이자를 포함한 예치 자산을 전부 출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며 "고파이 예치 자산의 출금을 재개하기 위한 모든 절차는 통상적인 행정 절차 소요기간을 감안 시 2023년 3월 말 경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남은 고파이 자금 지급은 변경신고가 수리된 이후에야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신고 수리 여부에 고파이 이용자들의 자금이 달려있는 셈이다.

◇"당국, 투자자 보호도 고려해줬으면"…고파이 이용자 '호소'

고파이 이용자들은 금융당국의 시선이 '투자자 보호'가 아닌, '바이낸스 인수'에만 맞춰져 있는 듯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고파이에 수억원 규모 자산이 묶여있다는 한 이용자는 <뉴스1>에 "고파이 이용자들 입장에선 얼마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사태와 비슷하다"며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정부가 예금을 보호해줬는데, 국내 규제당국에선 고파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파이 이용자들은 가상자산으로 일확천금을 노린 '단타족'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파이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위험도가 낮은 주요 가상자산만을 대상으로 하는 예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일명 '알트코인 급등'을 노린 게 아니라, 비트코인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이자만 받고자 했을 뿐이다. 은행 예금이 묶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규제당국이 이 같은 이용자 피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고팍스는 지난해 11월 21일까지 신청된 출금 건들에 대해서만 1차 상환을 완료한 상태다. 이는 대부분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유형' 상품이다. 고정형 상품의 경우, 만기일을 출금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FTX 사태 이후 가장 만기일이 빠른 상품은 11월 23일이 만기인 비트코인(BTC) 예치 상품이었다. 따라서 고정형 상품 이용자들은 사실상 자금을 일부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고파이에 묶인 고정형 상품 상환액 규모만 300억원을 웃돈다. 고파이 이용자는 "고파이 vip 고객 단톡방이 있는데, 이 방에만 120명이 있고 억대 자금이 묶인 이용자들도 다수"라며 "금융당국이 고팍스의 변경신고를 수리해줘야 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당국이 변경신고 심사에 있어 이런 투자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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