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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0실버청년] "100살도 안됐으니 젊죠…속상한 일 빨리 잊어요"

인생의 마지막까지 봉사하고 싶다는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
90대 중반임에도 아픈 곳 없이 왕성한 활동, 그림·음악 배우며 노후 즐겨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2022-12-05 05:25 송고 | 2022-12-05 08:50 최종수정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오는 202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100세 이상 인구 역시 2020년 이미 5000명을 넘겼다. 칠순잔치도 옛말이 되고 있다. 현실로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청년처럼 살고 있는 80~90대 현역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928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 95세인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뉴스1
1928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 95세인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뉴스1

“100살도 안 됐으니 저는 아직 젊어요. 이렇게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기쁨인지 모르겠어요.”

대전 건양대병원 로비에서 정겨운 오카리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오카리나를 불고 있었는데, 건양교육재단 설립자인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의학박사)과 그의 아내 김영이 여사였다.
1928년생 남편과 1932년생 부인, 우리 나이로 각각 95세, 91세인 노부부의 특별한 연주회가 펼쳐진 것이다. 오카리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섬집아기’, ‘고향의 봄’, ‘에델바이스’ 등 친숙한 멜로디가 울릴 때마다 환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김 명예총장은 “악보도 읽지 못하던 제가 오카리나를 부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기쁜데, 이런 기쁨을 아내와 함께 환자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다”며 “부족한 실력이지만 저의 연주를 듣고 환자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담배꽁초 줍는 총장, 빵 총장, 나비넥타이 총장은 김 명예총장의 별명들이다.
총장 재직 시절 교정을 걷다가도 담배꽁초가 보이면 주저 없이 줍고, 밤새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새벽에 도서관을 찾아 빵과 우유를 나눠줬으며, 학생은 고객이고 대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평생 나비넥타이를 맨 데서 생겨난 닉네임으로 그의 서비스 정신과 봉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이 아내 김영이 여사와 함께 대전 건양대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을 위해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뉴스1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이 아내 김영이 여사와 함께 대전 건양대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을 위해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뉴스1

김 명예총장은 충남 논산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19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병원을 개원한 그는 병원 건물 위층에 살았는데, 365일 24시간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픈 환자가 고객이니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는 것.

이후 고향 논산에 건양중·고교(1980·1983년), 건양대(1991년)를 설립했고, 대전에 건양대병원(2000년)을 개원하면서 의사로서의 역할과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의료도 교육도 모두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잘 관리해야 한다”는 김 명예총장은 2017년 총장직을 사임한 후 빡빡하게 짜인 일과에서 벗어나 그동안 대학업무 때문에 못했던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평생 안과의사로서, 총장으로서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90대 중반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는 요즘 마음 수양을 위해 서예, 수채화, 캘리그라피, 음악 등을 배우며 즐기고 있다.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 정신이 집중되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림과 글씨로 인생의 지혜를 담담하게 풀어낸 ‘나이를 먹어서야 시의 마음을 알게 되었네’라는 인생 어록집도 펴낸 그는 아내와 함께 음악 연주도 하고 스포츠 댄스도 한다.

김 명예총장은 매일 오전 5시 30분이면 잠에서 깬다. 총장 재임 때는 오전 3시 30분이었던 기상 시간이 그나마 두 시간 늦춰진 것이다. 일어나기 전 스트레칭으로 잠자던 근육을 깨워주는 그는 허리 운동을 비롯해 맨손체조를 한다. 그다음엔 러닝머신에서 20분 정도 걷는다. 식단은 채식 위주로 하고, 소량의 밥과 육식도 골고루 먹지만 소식한다.

장수의 비결을 물었더니 답변은 간단했다. “속상한 일은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안 좋은 일을 오랫동안 생각하고 담고 있으면 몸에 병이 생긴다며 그는 부정적인 일을 빨리 잊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라고 조언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하면 잡념을 잊게 되고 쾌락과 나태함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적어도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뉴스1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뉴스1

김 명예총장은 의사·교육자로 살아온 인생 여정에서 만난 모든 인연이 선물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하며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많은 분들이 저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이제는 좀 쉬면서 편히 여생을 지내라고 권유하지만 저는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육체와 정신이 허락하는 한 영원한 현역, 영원한 봉사자로 살 것입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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