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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네이버에서 발 빼는 이유는?

네이버 '패션 타운' 론칭 일주일 만에…반응 '냉랭'
브랜드 가치 지키려 네이버 퇴점 결정…후속 절차 진행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2022-11-21 08:05 송고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 중인 명품 브랜드 '샤넬' 카피 위조품 모습.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 중인 명품 브랜드 '샤넬' 카피 위조품 모습.

3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중 1곳이 네이버 플랫폼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자사몰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한 영업은 유지하되 네이버에서의 판매는 중단할 방침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한 업체는 네이버에서 퇴점하기로 결정하고 내부적으로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최근 패션 관련 서비스를 통합한 '패션 타운' 서비스를 새로 선보인 가운데 카피·짝퉁 제품에 대한 검수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가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네이버, 사업자 위한 '패션타운' 론칭해 입점 추진…성과는 '글쎄'

네이버는 지난 9일 쇼핑 탭 내에 패션 서비스를 한 곳에 모은 통합 온라인 컨시어지 서비스 '네이버 패션타운'을 론칭했다. 네이버는 플랫폼 곳곳에 흩어져 있던 패션 상품들을 한 곳에 모아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 패션 통합·전문 서비스로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패션타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에 브랜드, 디자이너, 유통 등 패션 관련업에 몸담고 있는 판매자가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최근 다양한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 입점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 패션타운 입점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규모가 작거나 판로 확대가 시급한 업체의 경우 네이버 패션타운 입점을 반길 수 있다.

반면 대다수의 브랜드들 사이에서는 전문성과 업계 평판 등 여러 요소를 검토해 봤을 때 입점으로 얻을 '득'(得)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온라인 패션 유통업계에서 이미 수많은 '버티컬 플랫폼'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새로운 시도가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미 패션 시장에서 상당한 업력을 쌓은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들은 수많은 브랜드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쌓아왔고, 이를 토대로 국내 최고 수준으로 패션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종합 오픈마켓 형태의 e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결국 패션도 네이버가 운영하는 커머스 서비스의 여러 카테고리 중 '일부'에 불과해 전문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네이버는 단순히 최대한 많은 브랜드와 판매업체의 제품을 많이 입점시키고 판매량과 트래픽을 늘려 광고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구조"라고 말했다.

패션에 전문성을 갖춘 버티컬 플랫폼들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며 큐레이션, 상품 추천, 화보 등 패션 브랜드와 제품을 돋보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네이버는 아마존, 쿠팡 등 대형 e커머스 업체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사실상 쇼핑 서비스에서 거래액을 더욱 확대해 e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는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며 연간 거래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상태다.

◇"네이버, 패션업계서 '믿고 거르는 스마트스토어'…가품 유통 근절해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품 논란'도 네이버 패션타운 입점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위조품을 유통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패션타운에 입점하면서 가품 논란 발생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것.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이 특허청에서 받아 공개한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위조상품 유통 적발 품목'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8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위조품 적발 건수는 18만2580건이다. 전체 위조품 적발 사례 41만4718점의 44%로 압도적인 1위에 해당된다.

실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는 나이키, 아디다스, 반스, 샤넬 등 글로벌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디자인 카피 제품과 '짝퉁'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쇼핑 검색창에 '샤넬 클래식백'을 검색해 보면 '샤넬'(CHANEL) 브랜드명의 알파벳 순서를 교묘하게 바꾼 '샤넬리아'(CHANLE) 제품이 발견되기도 한다.

나이키, 아디다스, 우영미 등 유명 브랜드 명칭을 가져다 쓰며 '나이키 스타일' 혹은 '우영미 패턴' 등의 디자인 카피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다수 입점돼 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홍콩 등 외국 업체들이라 고객들이 가품 구입으로 피해를 입었을 시에 제대로 된 환불이나 보상 등을 받는 것이 어렵다. 거래를 중개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통신판매중개업'에 해당해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업력이 길지 않고 디자이너 중심의 소규모 신진 브랜드의 경우 디자인 카피나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네이버 쇼핑에서는 엠엠엘지, 마르디 메크르디 등 국내에서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트렌디한 스타일을 앞세워 주목받은 브랜드의 카피 제품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패션 브랜드들 입장에서 패션 타운 입점은 지식재산권을 불법적으로 침해하고 자신들의 영업을 방해한 가품이 버젓이 공개된 플랫폼에서 가품 판매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이 같은 우려에 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역시 결국 네이버에서의 사업을 접기로 했다. 자사 브랜드가 연이은 가품 논란에 휩싸이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갖게된다는 걱정에서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최대 규모의 가품 유통 천국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짝퉁과 정품이 똑같은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퇴점을 고려하는 업체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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