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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왜 유럽 중고 플랫폼에 투자했나…'무주공산' 글로벌 리셀 시장

스페인 왈라팝에 1550억 투자, '빅테크' 부재 리셀 시장 우위 선점 포석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1-03-14 10:09 송고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네이버가 지난 2월 스페인 최대 중고 상거래 기업 '왈라팝'에 1550억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셀(한정판 등 희소한 새 제품을 사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네이버가 지난 2017년 프랑스 투자사 코렐리아캐피탈을 통해 유럽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라 이목을 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왜 유럽 중고 거래 플랫폼에 투자했을까.
네이버는 지난 2월 스페인 왈라팝에 1억1500만유로(약 155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왈라팝은 스페인의 대표 중고거래 서비스로 6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플랫폼에서는 패션·의류·전자기기와 같은 일반적 소형 품목 외에도 자동차·오토바이·부동산까지 거래된다

네이버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다양한 품목들이 거래되는 중고 상거래 플랫폼 특성상 추후 네이버가 보유한 인공지능(AI)·비전 기술 등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 등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창출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리셀시장이 '빅테크'가 없는 '무주공산'이라는 점에서 네이버가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 단행을 결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리셀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분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기도 한다. 세계 최대 리세일 웹사이트 스레드업(ThredUp)과 글로벌데이터리테일(GlobalData Retail)에 따르면 리셀 시장은 지난 2020년 28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24년 64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는 그동안 유럽 내 다양한 투자활동을 전개해왔지만,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가 아직까지 리셀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관련시장에 눈독을 들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글로벌 중고 명품 시장에서 유럽 1위·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은 프랑스 기업인 베스티에르콜렉티브다. 지난 2009년 출시된 베스티에르콜렉티브는 유럽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있는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국내 해외 직구족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싱가포르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캐러셀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캐러셀은 동남아시아 최대 중고제품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 취급되는 품목 역시 패션·의류·전자기기와 같은 일반적인 소형 품목부터 자동차·오토바이·부동산까지 다양하다.

캐러셀의 성장가능성을 알아본 네이버와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양사가 공동 조성한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 펀드'를 통해 8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지역 단위로 이뤄지는 개인간거래(C2C) 모델은 모델 특성상 지역의 거래 문화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글이나 아마존식 '글로벌 스탠다드'를 쉽게 적용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이용자의 특성이 국가·지역별로 차이가 확연한데다 C2C 거래 특성상 빌링(요금부과) 시스템의 적용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빅테크가 독점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업계는 C2C 커머스의 경우, 빅테크 기업보다 로컬 스타트업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리셀시장은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로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000억원이었던 당근마켓의 연간 거래액은 지난 2020년 1조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근마켓의 지난 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1400만명 이상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일본 진출 계획을 밝힌 상태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동남아의 캐러셀, 유럽의 베스티에르콜렉티브·왈라팝 사례처럼 빅테크 없는 무주공산 속에서 각 지역 특성이 잘 살린 C2C 거래가 국가별로 관측되고 있다"며 "사업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아마존 같은 형태의 커머스가 아닌 플랫폼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소비자와 소비자를 직접 잇는 모델이 기존 수입차 중심의 완성차 중고시장에서 이제는 패션, 의류 분야까지 확대되는 것이 추세"라고 말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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