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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대학생들 ‘피눈물’ 흘리게 한 가족사기단

사회물정 모르는 대학생 등 노린 사기행각
피해자 전세보증금 약 47억 유흥비로 탕진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2020-11-15 07:04 송고 | 2020-11-15 11:52 최종수정
© News1 DB

“피해자들의 가족이라고 가정할 경우 얼마의 형이 선고돼야 합당한지 고심했다”며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이제 피해에 대해 일부라도 변제하고 그분들의 고통을 해소할 방법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모성준 부장판사가 ‘익산 원룸 가족사기단’에게 판결을 선고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끝까지 서로를 노려보며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원망하기 바빴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었다.

◇대학생 전세금 노린 가족사기단 결성

2016년 8월 익산에서 가족 사기단이 꾸려졌다.

가족사기단을 구성한 A씨(46)는 원룸 건물을 매수할 때 기존 대출금과 임차보증금을 떠안으면 큰 자금 없이도 원룸 건물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 이들은 2017년 8월에 원룸건물(6억1700만원)을 매수하면서 단 1원도 지불하지 않았다. 금융기관 대출금 2억8000만원과 전세보증금 3억3700만원을 떠안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또 대학가는 전세 물건이 희귀해 전세임대차 계약자를 찾기가 무척 쉽고 계약자 대부분이 부동산 계약 경험이 없는 대학생인 점, 계약 시 등기사항전부증명서 확인만으로는 기존의 전세 임차인 숫자 등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약 8억이라는 빚을 갚지 않아 신용불량자였고 이 때문에 원룸을 사거나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A씨는 친동생 B씨와 조카 C씨, 친누나 D씨(60·여)를 꼬드겨 가족사기단을 꾸렸다.

A씨는 원룸의 계약과 자금관리, 피해자금 은닉하는 역할을, 동생 B씨(44)는 원룸 건물에 대한 명의 제공·전세 임차인 모집과 계약하는 역할을, 조카 C씨(31)는 A와 B씨의 지시에 따라 임차인 모집 SNS 광고와 건물관리 등의 역할을 했다. 친누나 D씨는 피해자금을 은닉할 수 있도록 A씨에게 계좌와 부동산 명의를 빌려줬다.

대학가에 붙은 원룸 광고 전단지(자료사진)/뉴스1 DB

◇피해규모 47억원에 122명

2016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1년3개월 동안 이들은 16동의 건물을 매입했다. 이들은 건물을 매입할 때 해당 건물에 있는 대출금과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떠안는 방식으로 건물을 넘겨받았다.

이후 이들은 SNS 등을 통해 전세 임차인들을 모집했다. 전셋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이 오면 이들은 “우리 건물은 거의 담보가 없다. 입주민 대부분도 거의 월세라 안전한 물건이다”라는 취지의 거짓말을 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건물의 시가 총액을 초과하면서까지 계속해 전세 임차인을 모집했다. 이렇게 모은 전세 보증금으로 이들은 다른 원룸 건물을 사거나 가족들 명의 계좌로 이체 후 돈을 생활비나 유흥비로 사용했다.

애초부터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피해 규모는 총 122명, 전세보증금은 약 47억원이다.

◇'피 같은 돈' 해외여행, 외제차 구입 등에 흥청망청

이들이 16동의 건물 임차인들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과 건물 관리비 등은 이들 사기단의 헛된 욕망을 채우는데 사용됐다. 이들은 이 돈으로 100여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다녔고 고급 외제승용차 구입,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기는데 사용했다.

이들이 원룸 건물을 관리하지 않으면서 전기세와 수도세 등이 밀려 일부 임차인들은 전기와 가스가 끊긴 상태로 생활했다.

또 A씨 등은 전세계약이 만료됐음에도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차일피일 미루며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주범 A씨와 B씨는 임차인들의 연락을 피해 잠적했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고소한 임차인들은 대부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범 A씨와 조카 C씨, 명의를 빌려준 D씨를 모두 붙잡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B씨는 도주 중에 있다. 경찰은 B씨를 공개수배하고 추적하고 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News1

◇재판에 넘겨진 가족사기단…주범, 징역 13년6개월


지난 3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는 이들에 대한 선고 재판이 진행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모성준)은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6)에게 징역 13년6월을 선고했다.

또 사기 범행 일부에 가담한 조카 C씨(31)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A씨의 재산을 은닉할 수 있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D씨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도 A씨는 끝까지 도망 중인 동생 B씨가 다 꾸민 일이고 자신 또한 피해자라고 우겨 재판부와 방청개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점, 피해자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사회경험이 부족한 점을 이용한 점 등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또 피해회복이 안된 점, 끝까지 범죄 수익을 은닉하려고 했던 점, 책임을 부정하고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비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hada072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