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이란 고위 인사, 경제난 이례적 인정

전쟁·美제재·해상 봉쇄 겹치며 리알화 급락…연료난까지 겹쳐
美와 협상 교착 속 경제 압박 가중…이란 "새로운 대응 태세"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자료사진> 2026.07.0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 최고 국가안보 당국자가 급격히 악화하는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이란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 가운데 하나에 놓였다고 인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7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 이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고위급 정부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란의 경제 상황에 대해 고위 안보 당국자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이란에 대한 전쟁을 시작한 이후 이란 통화 리알화 가치는 급락했다. 특히 미국이 최근 제재를 강화하고 해상 봉쇄를 시행하면서 리알화 가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는 수입 비용을 높이고 장기화한 생계비 위기를 심화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생활고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했으며, 이란 보안군은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도 사실상 막히면서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 차단됐고, 이에 따라 연료 위기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흐센 파크네자드 이란 석유장관은 지난 7월 미국의 제재에도 원유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5일 사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실 대변인 세예드 메흐디 타바타바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 국영석유회사 사장인 하미드 보바르드가 파크네자드 장관의 직무를 임시로 대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며칠 사이에는 간호사와 교사를 비롯한 정부 및 민간 부문 근로자들이 급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글을 SNS에 잇달아 올렸다. 이란 현지 언론은 최근 몇 주 동안 퇴직한 공무원들이 연금을 전액 지급받지 못했다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열린 정부 회의에는 레자이 사무총장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해 이란의 주요 장관들이 참석했다고 이란 국영 언론은 전했다.

이란 국영 언론은 레자이 사무총장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영통신 IRNA는 레자이가 현재 상황을 "국가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시기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했으며, 이란 국가안보회의가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4일 SNS를 통해 악화하는 경제 상황을 인정하며 정부가 "특수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대응 태세를 갖췄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한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란의 경제적 압박은 이란과 미국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양측은 서로 양보하기를 거부하면서 경제적 고통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지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경제적 대치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동에서 출발하는 원유 수송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며, 일부 분석가들은 세계 경제를 둘러싼 위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항해가 위험한 상황이며,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정유 능력과 천연가스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란 지도부가 이러한 경제적 압박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해상 봉쇄와 함께 이란과 세계 각국을 잇는 민간 항공편도 대부분 차단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경제적 고립이 한층 심화됐으며, 일부 제재 전문가들은 의약품을 비롯한 필수 수입품 확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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