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다시 죄어라"…美 중간선거 앞두고 쏟아지는 견제 입법

비상사태 선포·관세·주방위군 배치 등에 의회 통제 강화 추진
외국 정부 금전 수수·백악관 개·보수 등 대통령 권한에도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밴덜리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6.10.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대통령 권한을 다시 제한하기 위한 입법 준비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확대된 대통령의 권한을 되돌리는 한편, 향후 다른 대통령이 유사한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이 같은 개혁이 실제 추진될 경우 미국의 통치 체계를 다시 손질하는 장기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구상하는 개혁안은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권한부터 백악관 개·보수, 대통령의 외국 정부로부터의 금전 수수,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 연방공무원 보호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수전 델베네(워싱턴)·돈 베이어(버지니아)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이민자를 추방하고 주방위군을 배치할 때 의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약 12차례 활용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백악관 개·보수 과정에 공개적인 검토 절차를 도입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정부가 제공한 항공기를 사용한 문제와 백악관 대형 연회장 건설 논란 등이 배경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와 금전적 합의를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납세 기록 유출 문제와 관련해 국세청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사례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행정부가 개인이나 단체의 발언을 이유로 기소하거나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정적 금지법'을 발의했다.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법 집행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회복하고 연방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해고를 막기 위한 개혁안도 논의되고 있다. 정부 개혁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공공서비스를 위한 파트너십'(PPS)은 연방공무원 해고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래스킨 의원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한 대통령 권한을 되돌리는 것은 가능하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에서도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혁은 권한 남용 논란이 커진 뒤 추진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끝난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당시 의회는 개인정보와 국민 감시, 선거자금, 비상사태 선포, 정부 지출 등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들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당시와 같은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1974년 당시 민주당은 상원에서 61석 대 39석, 하원에서 291석 대 144석으로 공화당을 크게 앞섰다. 반면 현재 미국 정치권은 당시보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 대통령 권한 개혁에도 정파적 대립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타난 여러 현상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과 관례에 구애받지 않고 행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광범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기업이나 기관을 상대로 법적·정치적 압박을 가해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후임자가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적 양극화로 의회가 정책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워질수록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직접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인은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 확대된 대통령 권한이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역시 향후 정권을 되찾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했던 강력한 행정권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의 개혁이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정책을 되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라는 직위 자체에 집중된 권한을 어떻게 제한하고 의회와 행정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과거 워터게이트 이후 개혁 역시 대통령 개인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 권한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퓨리서치센터의 2025년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8%가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답했다. 맥스 스티어 PPS 회장은 미국의 제도적 개혁을 위해서는 국민이 정부가 공익을 위해 다시 일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이 다른 정치인이 그대로 재현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지만, 그가 대통령 권한의 안전장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 자체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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