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00불 현금살포시 1600조…"위법 아니지만 의회 못넘어"

공화당 중간선거 전대 연설서 깜짝공약 발표…'매표 논란'
막대한 예산 소요에 美 재정적자·인플레 자극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9.9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내건 '5000달러 트럼프 배당금'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승리하면 미국 성인 1인당 5000달러(약 670만 원)의 배당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여러분은 '트럼프 배당금'을 받게 될 것"이라며 "내가 투표용지에 올라와 있다고 상상하고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현금살포 공약' 위법은 아니겠지만…美 의회 장벽 뚫어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 살포성 공약이 사법부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헤택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연방대법원도 유사한 공약을 합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1982년 대법원은 켄터키주 제퍼슨 카운티 위원 선거에서 봉급을 깎아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겠다고 공약한 후보에게 당선 무효 처분을 내린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공약이 유권자 매수가 아닌 표현의 자유 영역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배당금 공약이 애초에 소송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권자가 공약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려면 자신이 공약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구체적인 피해'를 봤음을 입증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약의 특성상 유권자가 원고적격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공약이 미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미국 헌법에 따라 의회는 예산 승인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공화당은 현재 하원과 상원을 모두 장악한 상태지만, 실제 에산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상원에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넘어서야 한다. 공화당(53석) 단독으로는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할 수 없다.

다만 공화당은 예산안을 승인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회피할 수 있는 '예산 조정 절차'(Budget Reconciliation)를 발동할 수 있다. 지난해 공화당은 이 절차를 활용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등 대규모 패키지 법안을 상·하원 단순 과반 찬성만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40조달러 부채'에 재원 의구심…배당금發 물가 상승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약 2억 40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성인이 5000달러를 받게 된다. 총 1조 2000억 달러(약 162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연방정부 총지출 7조 100억 달러(약 9400조 원)의 6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J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후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의회예산처(CBO)는 미국 정부가 이번 회계연도 들어 관세 수입으로 1670억 달러(약 227조 원)를 거둬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원으로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 지급 공약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지난달 연방정부 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미국은 오는 9월 30일까지인 이번 회계연도에 세수보다 2조 1000억 달러(약 2820조 원) 더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에리카 요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CBS에 "금융시장이 미국의 재정 적자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적자를 거의 두 배로 늘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해 생활비 문제를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바이든 행정부가 지급한 경기부양 수표(stimulus check)는 소비자 수요를 대폭 끌어올려 이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미국 경제는 이미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11일 발표되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3% 상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 2%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