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동 원하지만 이기고 싶은' 트럼프…미군 전략 '갈팡질팡'
공식 명령 없지만 종전 대비한 출구전략 준비 움직임
주둔 규모 축소 기류…파괴된 기지 복구는 주둔국 자금으로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국방부와 정보계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분쟁 종식에 대비해 중동 주둔 병력과 시설을 축소하는 방안을 두고 조용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8일 보도했다. 하지만 정식 지시나 뚜렷한 장기 청사진이 없이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만 보며 실무진이 비공식 시나리오를 짜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수십 년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중동 전역에 군사·정보 시설을 대폭 확장했지만, 이번 이란과의 충돌 과정에서 그 인프라의 심각한 취약성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군 18명이 사망한 이번 전쟁에서 주요 기지들이 잇따라 이란의 표적이 되면서, 군과 정보 당국은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정치적 목표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맞춰 일단 전후 주둔 규모를 줄이는 출구 전략을 선제적으로 가늠하고 나섰다.
현재 중동에는 여전히 5만 명의 병력과 항공모함 2척, 유도미사일 구축함 등 막대한 자산이 남아 있다. 철수 논의와 동시에 잔류 병력을 위한 방어 태세 강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한 미국 정부 소식통은 "기지들의 취약성은 늘 알고 있었지만, 미국은 그동안 시급성을 갖고 행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오랜 충돌 기간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노출됐던 지상 시설을 지하로 이전하는 등 방어력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당국자들은 전쟁이 진행 중인데 항공기 발진 등 전략적 요충지를 성급히 포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중동 내 미군 병력 구조에 본격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록 미국 정부 내에서 주둔 축소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과의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 타결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은 최근까지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내 미군 시설을 공격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미 중앙정보부(CIA) 지부가 이란의 공격으로 사실상 파괴되는 등,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 시설들도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국방부와 CIA는 영구적인 기지 대신 병력과 장비를 본토에 두고 필요할 때만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심각하게 파괴된 자산의 경우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재건하지 않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줄스 '제이' 허스트 3세 미 국방부 재정 담당 차관 대행은 지난 4월 기자들에게 해외 기지 피해 복구 비용에 대해 얼마나 될지 불분명하다면서 "중동에서 우리의 태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시설 피해 규모에 대한 최종 수치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며 "재건 방식이나 재건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고위 당국자들은 방위비 부담을 지역 동맹국에 넘기기 위해 걸프 국가들의 미군 주둔 규모를 줄이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국 정부는 중동 문제에서 발만 빼려 하면 사건이 터져서 결국 또 중동으로 빨려 들어가는 악순환 속에 있었다. 최근 미군 고위 지휘관들은 이란과의 확전 옵션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으며, 이에 따라 대통령은 정권을 타격하기 위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가 수개월간의 경제적 고통을 감수할 의지가 있어 보여 당장 항복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이 전략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명확한 시한조차 없는 상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통령으로부터의 공식적인 병력 배치 검토 절차나 직접적인 명령은 없었다. 미군과 CIA 관계자들은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호위하고, 이란 기반 시설을 공격하며, 추가 목표물에 대한 공격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는 합의를 하거나 철수를 선언하는 등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국방부 관리들은 중동 내 대규모 영구 기지들 상당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란의 공세로 파괴된 기지들을 수십억 달러를 들여 재건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주둔국들의 비용 분담 의지에 좌우될 전망이다. 애초에 상당수의 기지가 주둔국들의 자금으로 건설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미군 유지 비용을 두고 복잡한 셈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란의 지속적인 공격에 노출된 현 주둔 환경이다. 수십 년간 고수해 온 대규모 상시 주둔 방식으로는 미군의 안전과 전략적 우위를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결과적으로 과거처럼 중동 국가들 한복판에 병력과 기지를 무더기로 밀어 넣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른 만큼, 비용과 안보적 위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출구 전략과 전력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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