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단 '평화특급' 타고 키이우 갔지만…암초뿐인 종전협상

위트코프·쿠슈너 첫 우크라 방문…진전 있다면서도 협상시한·조건엔 침묵
영토·안보 입장차 여전한데 전장 공세 격화…협상 장기화 불가피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행 '평화특급' 열차에서 하차하고 있다. 2026.9.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백악관 특사단이 '평화특급'(Peace Express)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용 열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지만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특사단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찾아가 벌인 연쇄 회담이 '협상 재개용 사전 탐색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5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 넘게 대화한 뒤, 다음 날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이 미국 특사로서 키이우를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다. 그간 모스크바만 여러 차례 드나들며 '러시아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중재 구도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트럼프 맏사위인 쿠슈너 특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뒤 현장에서 "새로운 구상들이 제시됐다"면서도 협상의 구체적인 타결 시한이나 세부 합의 조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모든 가능성과 몇 가지 진정으로 새로운 구상들이 논의됐다"면서도 향후 추가 회담 일정에 관한 질문에 "곧"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공동 기자회견 후 퇴장하고 있다. 2026.9.6 ⓒ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달 하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선거가 끝나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인 9월 말쯤에야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외교적 접촉은 전선의 군사적 충돌이 오히려 격화하는 국면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양측 간 공중전이 연일 치열해지는 가운데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영토 점령 속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점령지 할양 요구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및 확실한 서방 안보 보장 요구 등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입장 격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겨울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굴복을 노리고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결정타 공세를 감행할 것으로 보며, 우크라이나 역시 협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장거리 드론을 이용한 보복 타격에 나서면서 향후 수개월간 전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장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군사적 충돌과 외교 협상이 맞물려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 특사단이 키이우로 향하던 전용 열차 식당칸 테이블에는 "평화는 정시에 도착한다(Peace arrives on time)"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놓여 있었다.

평화로 향하는 직행열차를 기대했던 국제사회의 바람과 달리, 현실의 평화 프로세스는 거대한 전장의 포화와 풀리지 않는 영토 갈등에 가로막혀 험난한 장기전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도 냉랭하다. 러시아가 백악관 특사단 체류 기간에 한해 키이우에 쏟아붓던 공습을 일시 중단하자, 야나 빌리메토바라는 키이우 시민은 NYT에 "우리는 그저 공습 없는 사흘 동안 잠을 푹 자고 정신 건강을 재충전할 뿐"이라며 "그걸로 끝"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