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나다 프랑스어 보호정책에 한발 물러서…무역협상 재개되나

'국가주권 침해' 캐나다 분노에 美 "핵심쟁점 아냐" 해명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대미 통상장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국 무역대표부(USTR) 사무실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6.08.21.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이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결렬된 양국의 무역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대미 통상장관은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캐나다는 미국이 콘텐츠 노출도와 라벨링 관련 입장을 철회하고, 프랑스어와 캐나다 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조치가 통상 조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르블랑 장관은 이어 "미국이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 협정 체결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도록 다른 입장들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설명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정부가 무역 협상에서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을 완화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22일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미국이 협상 막판에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을 약화하라는 요구를 들이밀었다고 말했다.

프랑스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캐나다 퀘벡주의 디지털 규제는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에 프랑스어 콘텐츠를 일정 비율 이상 배치하고 추천 알고리즘 전면에 노출하도록 강제한다.

영어권 중심의 북미 시장에서 소수 언어를 지키려는 퀘벡의 자구책인데, 미국 기업들에는 별도 시스템 구축 비용과 추가 규제를 강요하는 '비관세 장벽'으로 작동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프랑스어와 영어의 동등한 지위는 캐나다 헌법에 명시돼 있어 캐나다가 이를 두고 협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퀘벡주에서의 정치적 역풍 가능성 역시 강력한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

카니 총리는 프랑스어와 문화 보호는 "근본적 권리"라며 어떤 통상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미국의 관세 폭탄에 '달러 대 달러'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의 프랑스어 콘텐츠 관련 디지털 규제를 문제 삼긴 했지만, 협상의 핵심 쟁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리어 대표는 전날 캐나다 공영 CBC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나, 그리고 미국 정부는 캐나다, 퀘벡,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 프랑스어가 가지는 중요성과 민감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우리가 강경하게 밀어붙이거나 조건을 걸거나 마지노선을 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세금 문제에 정말로 집중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인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을 절대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능하고 나약한 총리가 퀘벡 주민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고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전했다.

한편 캐나다 역시 이날 관세 문제와 관련해 일부 조정을 감행했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9월 8일 시행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품목에서 신선·냉동 생선을 제외했다.

존 프라고스 캐나다 재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캐나다 산업과 관세 대응력을 강화하고 미국 측 관세에 더 잘 맞추기 위해 목록을 수정하고 수산물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