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北 IT인력 美위장취업…"AI로 석달간 1000곳 지원"
WSJ "AI기술·명의도용으로 美기업 원격근무…자금 90% 정권 유입"
연 1조 원 외화벌이…美 조력자 도움으로 회사 출근 등 대면 업무 수행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북한의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의 원격 근무 일자리에 위장 취업한 뒤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정권에 송금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들은 취업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제3자 신원 도용, 미국인 공범 등의 방법을 활용해 자신의 신분을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가 추적한 북한 위장 취업 점조직은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AI를 활용해 1000곳 이상의 미국과 영국 기업에 일자리를 지원했다.
이들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작성에 AI를 사용하는 한편, 화상 면접에서 면접관의 질문에 챗GPT가 생성한 답변 내용을 그대로 읽는 모습이 포착됐다.
채용 담당자들이 이들을 적발하는 데 익숙해지자, 발각되지 않기 위해 AI 얼굴 합성(페이스스왑) 기술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 IT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은 뒤에도 회사 업무 중 신분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미국 현지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다.
이들은 평양으로 회사 노트북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조력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현지에서 기기를 가동하게 한 뒤 원격으로 접속하는 방식으로 근무했다.
이들 조력자들은 또한 북한 노동자를 위해 은행 계좌 개설 등 금융 업무를 대리해주는 한편, 회사 면접에 대신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 한 남성은 북한 노동자를 대신해 자신이 회사 회의에 참석했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그 대가로 연봉 7만 5000달러(약 1억 600만 원)짜리 일자리에서 급여를 50 대 50으로 나눴다고 말했다.
채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미국인 신원을 도용한 경우도 존재했다. 이들 노동자는 종종 가명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며, 도용한 이름 하나당 여러 직장을 다니기도 한다.
WSJ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에게 지급된 급여는 암호화폐로 전환돼 북한 정권의 군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들 노동자는 연간 30만 달러(약 4억 2600만 원)에 달하는 소득을 올리며, 이들 급여의 최대 90%가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추산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위장 취업으로 연간 최대 8억 달러(약 1억 10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관련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른 '조선룡봉총회사'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3월 미국 재무부는 미국 IT 기업을 상대로 위장 취업과 데이터 탈취에 가담한 개인 6명과 기관 2곳을 제재한 바 있다.
당시 재무부는 이들이 벌어들인 임금 대부분이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위반해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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