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선두' 한국계 후보 뜻밖 패배…"美진보 돌풍 과대표집"

위스콘신주지사 경선 여론조사 18~36%p 앞섰지만 중도 크롤리에 0.5%p차 패배
미시간 진보 후보도 두자릿수 우세→신승…"투표장에 부동층·노령층 더 나와"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후보로 나선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한국명 홍윤정) 주의회 하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매디슨에서 열린 예비선거 투표 후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2026.8.11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론조사가 진보 후보의 지지세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현상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스콘신주 민주당 주지사 경선에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소속인 프란체스카 홍 주하원의원은 11일(현지시간) 경선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선두를 달렸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중도 성향의 데이비드 크롤리 밀워키카운티 행정관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이민 2세'인 프란체스카 홍(37·한국명 홍윤정)은 한국계 첫 미국 주지사에 도전하는 것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아쉽게 11월 본선행에 실패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이번 결과가 단순한 여론조사 오차를 넘어 민주당 경선 유권자의 구성과 진보 후보 지지층을 측정하는 방식에 의문을 던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3주 동안 실시된 위스콘신 경선 여론조사에서 홍은 크롤리를 18~36%포인트(p) 앞섰다. 경쟁 후보였던 맨델라 반스 전 부지사가 지난달 30일 사퇴한 뒤 실시된 조사에서도 홍은 42~44%, 크롤리는 22~24%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정반대였다. 홍의 득표율은 39.3%로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크롤리가 39.8%를 얻으며 약 0.5%p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여론조사의 핵심적인 오류는 홍의 지지율을 크게 과대평가했다기보다 크롤리에게 막판 결집한 표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 지지율은 거의 맞았다…'부동층→크롤리' 이동 놓쳐

크롤리의 극적인 역전에는 이례적으로 혼란스러웠던 경선 과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롤리는 지난달 초 경선에서 한 차례 사퇴했다가 세라 로드리게스 부지사가 출마를 포기하자 다시 뛰어들었다. 이어 반스 전 부지사까지 경선을 포기하면서 후보 구도가 급격하게 재편됐다.

민주당 소속 토니 에버스 현 위스콘신 주지사가 크롤리를 지지하며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선 것도 변수가 됐다. NYT에 따르면 마지막 마켓대 로스쿨 조사에서 민주당 경선 유권자의 36%는 에버스의 지지가 크롤리를 지지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답했다. 에버스의 민주당 지지층 내 직무수행 지지율은 85%를 넘었다.

마켓대 여론조사를 담당한 찰스 프랭클린은 WP에 "우리는 홍을 38%로 봤고 실제로는 약 39.5%였다"며 당시 34%에 달했던 부동층 대부분이 크롤리 쪽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보 3명이 7월에 사퇴하고 크롤리가 재출마한 데다 주지사의 지지 선언까지 이어졌다며 "사람들이 늦게 결정한 것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홍에게 불리한 과거 발언이 선거 막판 집중적으로 부각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홍은 과거 소셜미디어에서 경찰 예산 삭감·폐지를 주장하고 추수감사절이 식민주의를 미화·은폐한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사실이 다시 논란이 됐다.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11월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보다 중도적인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젊은 진보층 '여론조사 과대표집' 가능성

여론조사 방법론 자체의 문제도 지적됐다. 홍은 젊은 유권자에게 특히 강했지만 실제 민주당 경선에서는 고령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크롤리 캠프는 일부 여론조사가 18~45세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과도하게 높게 가정했으며 경우에 따라 2018년과 2022년 실제 투표율의 두 배 수준으로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진보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표본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었을 가능성도 있다.

위스콘신 여론조사를 실시한 스테이트 내비게이트의 채즈 너티컴은 "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기를 더 원했다"고 NYT에 말했다.

이른바 '무응답 편향(nonresponse bias)'이다. 연령이나 성별 같은 인구통계학적 비중을 조정하더라도 특정 정치성향의 유권자가 조사에 훨씬 적극적으로 응답한다면 단순한 가중치 조정만으로는 이를 바로잡기 어렵다.

미시간에서도 진보 후보 13%p 우세했지만 '신승'

더 주목되는 것은 비슷한 일이 일주일 사이 두 번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경선에서도 진보 성향 압둘 엘사예드는 선거 전 한 달간 여론조사에서 중도 성향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을 평균 13%p가량 앞섰지만 실제로는 간신히 승리했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애덤 칼슨은 미시간 경선 결과를 분석하면서 엘사예드 지지자들이 선거 막판 훨씬 적극적이어서 여론조사에도 더 많이 참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더 높은 열의가 반드시 더 많은 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모두 정당별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라는 점도 여론조사를 어렵게 한다. 실제 경선에 민주당원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무당층과 공화당 성향 유권자가 참여할지 사전에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WP는 홍의 패배와 엘사예드의 예상 밖 신승이 진보 후보 지지층이 민주당에서 열성적인 소수(passionate minority)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이 여론조사에서는 강하게 포착되지만 실제 경선에서는 중도층과 고령층의 투표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 차례 경선만으로 민주당 전체가 중도화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민주당 경선에서는 진보 성향의 페기 플래너건 부지사가 중도 성향 앤지 크레이그 하원의원을 꺾었다.

결국 이번 결과는 진보 진영의 퇴조라기보다 낮은 응답률과 막판 결정이 많은 경선에서 '누가 실제로 투표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문제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WP와 NYT는 이러한 문제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뿐 아니라 202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