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멈추면 이란이 더 아프다"…트럼프, 경제압박 선회 시사
미군 "때릴 표적 거의 소진"…장거리 정밀미사일·요격탄 재고도 급감
유가 75달러대로 부담 완화…"경제난 이란, 시간 지날수록 힘들어" 판단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이란에 "로키(low-key)" 대응을 선언한 배경엔 추가 공습의 군사적 효용이 떨어지는 반면, 경제 봉쇄는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불과 1주일 전 대규모 추가 공격 직전까지 갔던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에 관한 이란의 새로운 요구에도 별다른 불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계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통화에서 이란에 "저강도로 대응하고 있다"며 "부분적으로 협상(semi-negotiating)하고 있다. 막대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돈이 없는 이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까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 쪽으로 기울었다가 참모들의 설득으로 일단 확전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전투가 계속되면 이란 정권이 기반 시설 파괴와 심각한 경제난의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전투가 멈추면 이란 지도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할 것이란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의 효율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군 내부 판단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존 공습 작전이 효율의 한계에 도달했으며 사전에 선정한 공격 대상도 거의 소진됐다"고 보고했다. 제한적 공습을 반복하기보다 공격을 중단하거나 아예 새로운 대규모 작전에 나서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특히 이란 전쟁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미군의 무기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육군은 이란전에서 장거리 정밀타격용 ATACMS와 PrSM 등 미사일 재고를 사실상 대부분 소진했으며, 미 해군도 전 세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재고의 절반 가까이 사용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데 필요한 패트리엇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요격미사일 역시 상당량 소진됐다. 역내 미군기지가 이란의 보복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군사작전 지속시 중동 주둔 미군의 추가 인명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장거리 정밀무기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미군이 대규모 공격을 재개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유인 폭격기와 전투기에 더 의존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장거리 공격무기와 방공 요격탄 부족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규모 추가 공격에서 물러선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일 방산업체들에 보낸 서한에서 핵심 무기 생산을 대폭 앞당길 방안을 3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무기 부족 때문에 군사행동을 포기했다'는 해석을 부인하는 모습이다. 미 당국자들은 그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의 확전 반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하고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져 소비자들이 전쟁으로 인한 부담을 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유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부담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최근 유가 하락으로 즉각적인 군사적 해결을 서두를 필요성도 줄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따라서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가 계속되는 한 '시간과의 싸움'은 오히려 이란의 몫이 될 것이란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인플레이션"과 "돈이 없는" 이란을 강조한 것도 추가 폭격보다 경제난이 결국 이란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전문가들로부터도 트럼프 대통령의 '로키 대응'은 군사 옵션을 완전히 폐기했다기보다는 당장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뒤로 미룬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폭격의 한계와 무기 부족이란 군사적 부담 속에서 경제 봉쇄를 유지하며 이란이 먼저 물러서기를 기다리겠단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란 강력한 지렛대를 놓지 않고 있다. 이란은 해협 통항을 완전히 재개하기에 앞서 미국이 지난 6월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른 제재 완화와 해상 봉쇄 해제, 국외 동결 자산 반환 등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JD 밴스 부통령은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일은 끝나지 않았다"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외교·경제·군사 수단을 모두 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군사 옵션이 여전히 협상용 압박 카드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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