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안드레센·머빈 킹…워시 '드림팀' 꾸려 연준 대수술(종합)

5개 TF에 세계적 석학·전직 중앙은행 총재·실리콘밸리 거물 15명 포진
"연준 정통론과는 결 다른 인선"…AI·데이터·통화정책 전면 재설계 시동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인, 전직 중앙은행 총재들로 구성된 5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연준 개혁에 본격 착수했다.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레센부터 경제학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전 영란은행(BOE) 총재 머빈 킹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최고 인재들로 가득찼다.

워시 의장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통화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5개 TF의 공동 대표 15명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지난 한 세대 동안 크게 변했고 지금만큼 빠르게 변한 적은 없었다"며 "다양한 분야 최고의 인재(best minds)가 연준의 성과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번 TF는 연준 직원들의 지원을 받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연말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정책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커뮤니케이션부터 AI·물가까지…5개 TF 구성

워시 의장이 구성한 TF는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데이터 △생산성과 일자리 △인플레이션 체계 등 통화정책의 핵심 축을 모두 포괄한다.

생산성과 일자리 TF가 가장 눈길을 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 공동창업자인 마크 안드레센을 비롯해 스탠퍼드대의 찰스 존스 교수(현재 앤트로픽 파견),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샤 샤르마 엑스박스(Xbox) 최고경영자(CEO)가 AI가 생산성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연구한다. 워시 의장은 AI가 생산성 혁신을 통해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것으로 꾸준히 주장해왔다.

또 인플레이션 TF에는 맨큐 교수와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경제고문을 지낸 윌리엄 화이트가 참여한다. 연준의 물가 판단 체계와 정책 프레임워크를 전면 재검토한다.

데이터 TF에는 하버드대의 라즈 체티 교수와 더그 맥밀런 전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케빈 머피 시카고대 교수가 참여한다. 특히 체티 교수는 세금·카드결제·휴대전화 위치정보 등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경제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워시 의장이 강조해온 '실시간 경제지표' 구축의 핵심 인선으로 꼽힌다.

커뮤니케이션 TF에는 피터 피셔 워싱턴대 교수와 아르미니오 프라가 전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 머빈 킹 전 영란은행 총재가 참여한다. 워시 의장이 강조해온 포워드가이던스 축소와 연준의 정책 소통 방식 개편을 맡는다.

대차대조표 TF에는 카렌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제러미 스타인 전 연준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약 6조7000억달러 규모의 연준 자산과 양적긴축(QT) 체계를 재검토한다.

워시식 '레짐 체인지' 본격 시동

이번 인선은 워시 의장이 취임 전부터 주장해온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시는 그동안 연준이 후행적인 정부 통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AI와 같은 범용기술이 가져올 생산성 혁명을 통화정책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또 대차대조표 축소와 포워드가이던스 축소, 물가 판단 방식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AI TF는 단순히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AI가 생산성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통화정책 판단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설계됐다.

연준이 AI를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정통 연준과는 다른 색채…시장도 진지하게 볼 것"

인선이 예상보다 화려하면서도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빈 킹 전 BOE 총재와 안드레센, 라잔 전 RBI 총재, 사전트 교수 등이 합류한 것은 워시가 공약했던 연준 개혁을 실행하기 위한 '드림팀'이라고 평가했다.

워시가 취임 전부터 주장한 커뮤니케이션 개혁과 AI 시대 생산성 혁명, 새로운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구축이 이번 TF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FT에 "현재 연준의 정통적인 시각과는 다소 다른 인물들이 포함됐지만 모두 시장과 연준 내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한 신뢰도 높은 인사들"이라며 "파괴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 기술관료적 개혁을 예고하는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번 TF 구성이 최근 연준의 정책 검토가 내부 분석과 토론 중심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외부 전문가들에게 개혁 방향을 맡겼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TF 권고안은 정책 제안의 출발점일 뿐이며 실제 제도 개편은 FOMC 위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연준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는 전통적으로 광범위한 내부 합의를 거쳐 추진돼 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선만으로는 대대적 개혁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를 판단하기도 아직 이르다. RSM US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인선 자체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연준 내부에도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박사급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실제로 얼마나 새로운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