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피격에 이란 공습·제재 복원…평화협상 좌초 위기
사우디·카타르 선박 연이은 피격…미군 "이란에 강력한 공습 시작"
석유거래 임시허용 조치도 철회…이란 "美측 MOU 위반에 모든 조치"
- 류정민 특파원, 강민경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강민경 기자 = 미국이 7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제재 면제를 전격 철회하고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재개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이란 역시 이에 대한 맞대응을 예고해 지난달 17일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20일만에 평화협상 국면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연이어 발생한 상선 피격 사건의 책임이 이란에 있다고 판단하고 경제·군사적 대응을 동시에 단행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등의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했던 60일짜리 '일반면허 X'를 철회하고, 기존 거래를 정리하기 위한 '일반면허 X1'을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즉시 발효됐다. 일반면허 X는 지난 6월 22일 발급돼 8월 21일까지 60일간 이란의 원유 수출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종전 MOU의 핵심 이행 조치 가운데 하나였다.
MOU를 통해 미국은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이란이 시장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고 달러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이를 통해 국제 유가 안정과 이란 경제 회복을 유도하는 동시에 후속 협상을 이어간다는 구상이었다.
이날 OFAC는 새로운 일반면허 X1은 기존 거래를 종료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일 뿐이라며 7월 7일 이후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석유제품의 신규 구매와 선적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미 진행 중인 거래도 정리 절차만 17일까지 허용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상선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보인 행동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으며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6~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이날 군사 대응에도 착수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란이 국제 수로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공격한 데 대한 무거운 책임을 묻기 위해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란의 공격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위험한 행동이자 휴전 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이란 남부에서는 공습 직후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이란 정부는 피격 선박들이 미승인 항로를 이용한 선박들에 피격 책임을 돌리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유예 조치를 철회한 미국에 대응조치를 경고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과 협의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거나 선박 위치추적장치를 조작하는 선박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 선박 피격 사건의 책임 역시 해당 선박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제재유예 조치 전격 철회에 대해선 MOU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합의 파기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의) 이익과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인 모센 레자에이는 국영 TV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실패로 이끌 것이라는 점은 매우 명백하다"며 "미국은 자국 선박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새로운 대체 항로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오만 인근에 새로운 항로를 구축해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이를 평화협상을 흔들기 위한 시도로 규정했다.
이번 제재 복원과 미군의 공습으로 지난달 중순 양해각서 체결 이후 60일 일정으로 추진되던 후속 평화협상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다만 미국은 경제적 유인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도 협상 자체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협상단은 최종 합의를 향해 계속 선의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6월 17일 종전 MOU를 서명·발효한 뒤 같은 달 21일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첫 후속 협상을 진행했다.
이어 이달 1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재 하에 간접 실무 회담을 실시한 데 이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직후인 오는 11일 후속 협상 개최를 조율 중이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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