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왜 獨을 택했나…韓방산의 가능성 [최종일의 월드 뷰]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캐나다의 안보 전략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캐나다는 1949년 나토 창설국으로 참여한 이후 "유럽의 안보와 북미의 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나토의 군사적 방패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57년에는 미국과 함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노라드)를 창설해 북극을 통해 접근하는 소련의 미사일과 항공 위협에 대응하는 북미 공동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캐나다의 안보 전략은 유럽 방어를 담당하는 나토와 북미 방어를 담당하는 노라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캐나다의 안보 정책은 변화를 겪었다. 1993년 유럽 주둔 캐나다군을 철수한 뒤 대규모 군사력 유지보다는 코소보와 리비아 작전 등 나토 임무에 참여하며 평화유지와 국제안보 기여국이라는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접근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러시아의 군사적 부활과 북극 지역에서의 전략 경쟁 심화는 캐나다가 다시 국방 역량 강화를 고민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 방위비 증액 압박과 미국 안보 의존에 대한 비판은 캐나다에 새로운 전략적 과제를 제기했다.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는 나토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 목표를 "천박한 산술 계산"이라고 표현하며, 동맹에 대한 기여는 국방비뿐 아니라 외교·평화유지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크 카니 정부는 이러한 접근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벗어났다. 카니 총리는 "지리적 위치가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하며, 국방비는 단순한 지출 규모가 아니라 동맹에 대한 신뢰와 책임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과 동맹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캐나다의 안보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이다.
카니 정부의 국방 전략은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첫째, 러시아와 중국 등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강화다. 둘째,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다. 셋째, 유럽과 인도·태평양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캐나다의 국제적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사업은 이러한 전략 변화의 상징이다. 이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조달 사업이다. 캐나다는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98년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전력으로 노후화가 심각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캐나다가 대서양·태평양·북극해를 동시에 감시하고 해양 주권을 지키기에는 현재 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캐나다가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를 선택한 것은 잠수함 성능만을 본 것이 아니다. 이는 나토 중심의 캐나다 안보 전략과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 그리고 대규모 국방 사업에서의 위험 관리가 반영된 결정이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어느 동맹 네트워크에 더 깊이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의 212CD 잠수함은 북극 순찰, 수중 감시, 특수부대 투입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나토와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번 조달은 캐나다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인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운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조달 위험 관리였다. 캐나다 싱크탱크인 아시아태평양재단 캐나다(APF Canada)의 비나 나집울라 부소장은 '폴리시 매거진' 기고문에서 캐나다가 오랫동안 국방 투자가 부족했고 대규모 군사 장비 도입 경험도 제한적이었다며, 이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기보다 나토 내에서 이미 검증된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하는 나토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신뢰성을 제공했다. 특히 독일과 노르웨이는 모두 나토 회원국이며, 노르웨이는 북극과 북대서양 지역에서 러시아 잠수함 활동을 감시해온 경험이 풍부하다. 이는 향후 캐나다가 나토 작전에 참여할 때 기존 동맹 체계와 원활하게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평가됐다.
최종 계약은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으로 돌아갔지만, 이번 경쟁은 한국 방산의 위상을 캐나다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화오션(042660)과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는 캐나다가 한국을 단순한 경제·무역 파트너를 넘어 첨단 기술과 방위산업 역량을 갖춘 전략적 협력 대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경쟁 경험은 향후 다른 국방 사업에서도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더욱 확대하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나 나집울라 부소장은 "한국은 산업적 규모, 기술적 세련미, 민주주의 가치 공유, 그리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함께할 의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또한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통합되어 있으며 억지력과 동맹 관리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이번에는 선택받지 못했지만, 한화와 한국 정부는 분명히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줬고 캐나다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며 "캐나다와 한국은 잠수함을 넘어 함정 유지·보수, 해양 감시, 드론, 사이버, 인공지능 기반 국방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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