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메네이 장례 사흘째…'정권결속 과시'와 '체제 저항' 공존

NYT "전환기 불확실성 속 체제 연속성 보여주려는 시도"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소재 이맘 호메이니 그랜드 모살라에서 진행된 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공개 추모 행사에서 조문객이 하메네이의 모습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다. 2026.07.0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 당국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수도 테헤란 전역에서 체제 결속과 연속성을 과시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및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후 처음으로 이란에 들어간 자사 취재진이 테헤란을 둘러본 결과, "이란 정부는 안정과 힘을 보여주려 했지만 도시 곳곳엔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하메네이는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이 시작된 2월 28일 당시 테헤란 거처에서 공습으로 숨졌다. 이란 당국은 4일부터 하메네이에 대한 공식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하메네이 시신이 안치된 테헤란 소재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에선 4~5일 이틀간 일반 조문이 이뤄지고, 6일엔 테헤란 도심에서 운구가 진행된다. 하메네이 시신은 이후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쿰과 이라크 카르발라·나자프를 거쳐 오는 9일 고향 마슈하드에 안장될 예정이다.

테헤란 주요 도로와 길목, 카페·서점엔 하메네이의 초상화가 내걸렸다고 NYT가 전했다. 검은 수염을 기른 젊은 시절부터 백발이 된 노년까지 다양한 모습의 하메네이 초상이 등장했고, 일부 초상엔 현 최고지도자인 아들 모즈타바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NYT에 따르면 하메네이에 대한 국장(國葬) 준비 또한 치밀하게 준비됐다.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 주변엔 보안검색대와 의전 공간이 마련됐고, 교통 통제와 안내 방송 등이 이뤄졌다. 발리아스르 거리 등 주요 도로에도 조문객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시설이 설치됐다. 확성기를 통해선 하메네이를 추모하는 구호와 애도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소재 이맘 호메이니 그랜드 모살라에서 엄수된 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공개 추모 행사에서 남성들이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2026.07.05 ⓒ 로이터=뉴스1

하메네이의 관이 공개된 그랜드 모살라엔 검은 옷을 입은 조문객 수만 명이 몰려들어 그를 애도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울부짖으며 가슴과 머리를 치는 의식을 치르는가 하면, 일부는 미국·이스라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복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NYT는 "이란 당국은 취재진의 동선을 제한하고 통역과 안내원을 동행시켰다"며 "장례 현장 역시 철저히 관리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NYT는 이 같은 장례 분위기 속에서 또 다른 테헤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엥겔라브 광장에선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지 않은 젊은 여성과 피어싱을 한 남성이 차도르 차림에 이란 국기를 든 여성들과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NYT는 이 장면이 "하메네이가 수십년간 구축한 이란과 그 억압적 통치에 점점 더 반발해 온 이란의 모순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작년 이란은 제재로 경제난이 심화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빚었다. 또 작년 말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는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미·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학교와 유적, 도심 건물 등의 연이은 피해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이와 관련 NYT는 이번 장례는 "단순히 한 지도자를 떠나보내는 절차를 넘어 전환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체제 연속성을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