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략폭격기 뜨고 85만발 불꽃 터졌다…美, 건국 250주년 자축
폭염·뇌우 대피에도 인파…B-2 등 전략폭격기 편대 워싱턴DC 상공 비행에 탄성
트럼프 "황금시대의 새벽, 최고의 순간 아직 오지 않았다"…자정무렵 85만발 '불꽃쇼'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와, 저것 봐!"
4일(현지시간) 오후 6시께 미국 수도 워싱턴DC 상공.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를 중심으로 B-52 스트래토포트리스와 B-1B 랜서가 편대를 이뤄 머리 위를 가로지르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내셔널몰로 향하던 긴 행렬의 군중은 일제히 발걸음을 멈춰 스마트폰이 동시에 치켜들었다.
뒤이어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Ⅱ 등 최신예 전투기들이 굉음을 내며 상공을 통과하자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고, 놀라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었다.
미국은 독립 250주년을 단순한 국가적 축제를 넘어 세계 최강 군사력과 핵 억지력을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무대로 연출했다. 행사명인 '샬루트 투 아메리카(Salute to America)'는 단순한 독립기념일 축제를 넘어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경의와 찬사를 보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를 잇는 수도권 광역 전철(WMATA)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시간대까지 무료 운행됐다.
스미스소니언 역에서 내린 사람들은 행사장인 서쪽의 내셔널몰 입구를 향해 수백미터에 달하는 긴 행렬을 만들었다.
강한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체감온도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듯했다.
DC 소방 당국은 인근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시민들에게 물을 뿌려주며 열기를 식혔다. 물줄기 아래로 아이들이 뛰어들었고, 어른들까지 환호하며 물을 맞았다.
그러나 오후 7시 무렵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접근한다는 경보가 발령되자 갑자기 행사장 입장이 중단됐다.
비밀경호국과 경찰은 시민들을 인근 농무부와 상무부 등 연방청사 안으로 대피시켰다.
농무부 건물 내부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긴 시간을 기다리던 관람객 중 누군가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부르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노랫소리가 합쳐졌고, 한 백인 청년이 앞으로 나아가 '떼창'을 지휘했다.
가족과 함께 온 하비 씨(40·메릴랜드)는 "아이들에게 미국 건국 250주년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왔다"며 "250주년은 평생 한 번뿐인 행사다. 단지 가족과 함께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트럼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고, 미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라며 웃었다.
비가 그치자 당국은 오후 9시 45분 게이트를 다시 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게이트 2곳 중 1곳만을 개방했다. 일시에 사람들이 몰려 행렬은 여전히 길었고, 많은 사람이 입장을 포기하고 행사장 주변에 자리를 잡고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밤 11시 15분께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악천후로 인한 행사 지연을 언급하며 "모두가 대피하기 전까지 약 37만 5000명이 모였던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금 이 자리에도 15만명이 남아 있다. 누구도 본 적 없는 가장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두 차례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을 언급하며 미국의 희생과 번영의 역사를 강조했다.
특히 한국전쟁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를 소개했고, 라이트 형제와 나사의 유인 달 탐사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들의 군대를 쓸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마닐라만 해전을 소개하면서는 "최근 이란 해군 전체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힌 승리와 매우 비슷하다. 159척이 배를 바다 빝으로 가라앉혔고, 그 모든 일은 아주 빠르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입헌 공화국일지 모르지만 사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미국의 가장 위대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황금시대 새벽에 서 있다"고 선언했다.
일부 젊은 관람객들은 연설이 길어지자 '불꽃놀이'를 의미하는 "파이어워크!"를 외치며 웃었고, 트럼프 지지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연설의 주요 대목마다 박수를 보내고 간간이 "USA"를 연호했다.
38분간 이어진 연설이 끝난 뒤 미국 국가가 연주 이후 폭음과 함께 첫 불꽃이 워싱턴 기념탑 뒤편 상공으로 치솟았다.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약 85만 발의 화려한 불꽃이 약 40분 동안 밤하늘을 수놓았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 인파는 서둘러 스미스소니언 역으로 향했다. 경찰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역 입구를 통제하며 시차를 두고 시민들의 입장을 허용했다.
전철 옆자리에 앉은 해럴드 밀러 씨(73·버지니아)는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트럼프 연설 관련 뉴스를 보는 모습을 보고는 "방금 한 연설인데 벌써 뉴스로 올라왔느냐"며 웃었다. 이어 "연설이 좋았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다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중간선거 전망을 묻자, 그는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많은 사람이 미국을 자랑스럽게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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