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물질 폐기"라는데…이란 "MOU에 핵 관련 사안 없다"(종합)
이란 "정치적 이해 도달했으나 확정 안 돼…동결자산 풀어야"
트럼프, SNS로 시장 안도 심리 자극했지만 실제 합의 불투명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 합의 조건에 핵무기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즉각 개방, 핵물질 폐기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며 특히 핵 문제는 미국과의 양해각서(MOU)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놔 양측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소식통은 29일(현지시간) "이란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정치적 이해가 이뤄졌다"면서도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핵물질 반출을 이란과의 합의 조건으로 언급한 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미·이란 간 MOU엔 어떠한 핵 관련 사안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국영 TV에 출연, "지금까지 미국과는 어떤 합의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 단계에서 이란은 전쟁을 끝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 프로그램을 놓고 협상하고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에 대해선 "이란과 오만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핵무기나 핵폭탄을 절대 보유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즉각 개방해야 하며, 통행료 없이 양방향으로 제한 없는 선박 통항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란과의 종전 합의 조건을 상세히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남아 있는 기뢰가 있다면 이란이 즉시 제거하거나 폭파해야 한다"고도 요구하면서 이런 조건이 지켜져야 "미국의 해상봉쇄가 해제되고, '봉쇄'로 해협에 묶였던 선박들이 귀항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고농축 물질을 “핵먼지”(Nuclear Dust)로 표현하면서 과거 미군의 B-2 폭격기 공습으로 지하 깊숙이 매몰된 해당 물질을 미국이 이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조율해 발굴한 뒤 폐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이란과는) 어떤 금전적 교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SNS 글이 공개된 직후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다"고 보도했다.
파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서 이란의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 즉각 개방을 언급했지만, 실제 합의문엔 그런 조항이 없다는 게 이란 측 소식통의 설명이다. 파르스는 "미국의 해상봉쇄가 해제된 뒤 이란이 자체적으로 사전에 정한 계획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것"이라며 "이 과정엔 선박 감시와 검사, 서비스 제공, 안보 조치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 측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농축우라늄 폐기를 조율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미국과의) MOU에 포함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는 "당분간 어떤 금전적 교환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파르스는 "이란이 (국외) 동결 자산 120억 달러(약 16조 6000억 원)의 즉각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 소식통은 "미국과의 MOU는 이란 내 최종 비준 단계에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언급은 "조작된 승리"를 연출하려는 시도란 반응을 보였다. 소식통은 특히 동결 자금 지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란은 다음 협상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과 관련해서도 "헤즈볼라의 요구에 부합하는 완전한 휴전"을 요구하면서 "휴전 위반시엔 즉각 보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르스가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이란 양측은 지난 4월 초부터 유지 중인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협상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가스 수송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양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휴전 연장과 관련한 큰 틀의 정치적 이해엔 접근했지만, 이란 내 핵물질 처리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방식, 동결 자산 해제, 레바논 휴전 문제 등을 놓곤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를 키우며 유가 하락과 시장 안도 심리를 자극했지만, 이란 측이 핵·호르무즈 관련 설명을 즉각 반박해 실제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오만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최종 합의는 미국이 "과도한 요구"와 계속 바뀌고 모순된 입장을 중단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이날 X에 "우린 보증과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기준은 오직 행동"이라며 "상대가 행동하기 전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란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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