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냉매규제 유예…바이든 환경정책 뒤집기 본격화
고물가 불만 의식해 냉장고·에어컨 규제 시행 미뤄
24억달러 비용절감 내세우지만…업계는 "가격 오를 것"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컨과 냉장고에 사용되는 냉매에 관한 환경 규제 시행을 유예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환경 정책을 또다시 뒤집었다고 전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소비자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냉동·공조 기기의 냉매로 쓰이는 수소불화탄소(HFC)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천 배 강력해 '슈퍼 온실가스'로 불린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관련 규제를 도입해 이 물질의 사용을 제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규제가 "불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기계 성능을 오히려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규제 완화로 미국 가정과 기업이 연간 총 24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는 국민 건강이나 환경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법이 요구하는 범위를 넘어선, 실현 불가능한 제한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330개 이상의 냉동·공조 장비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공조냉동난방기기협회(AHRI)는 이번 조치가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입하고 오히려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많은 기업이 기존 규제에 맞춰 새로운 냉매를 사용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라인을 변경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유렉 AHRI 회장은 "이 규제는 기존 장비를 강제로 교체하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 생산되는 장비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며 "EPA는 규제 시행을 늦추는 게 어떻게 소비자 비용을 낮추는지에 대한 어떤 분석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오히려 규제 유예로 구형 냉매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데이비드 오테가 미시간주립대 식품 경제학 교수는 "이번 조처가 소비자들의 식료품 가격을 눈에 띄게 낮출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냉장 시설 비용은 전체 식품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 규제 뒤집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PA는 지난주에도 석탄화력발전소의 독성 폐수 배출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전기요금 인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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