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쿠바 카스트로 기소…30년 전 미 항공기 격추 응징

미국인 살해 공모·살인 4건·항공기 파괴 2건 혐의
항공기 탔던 망명 쿠바계 미국인 등 4명 사망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부 장관 대행(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이애미 ‘프리덤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 기소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2026.05.20.ⓒ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 법무부가 20일(현지시간) 94세인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기소했다. 1996년 쿠바 공군 전투기가 민간 항공기를 격추해 미국인 등 4명이 숨진 사건의 책임을 물어 30년만에 기소한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된 기소장에는 미국인 살해 공모, 살인 4건, 항공기 파괴 2건이 혐의에 포함됐다.

항공기 사건은 1996년 2월 24일 발생했다. 당시 카스트로는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런데 이날 쿠바계 미국인 망명 단체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 소속 세스나기 2대가 국제 공역에서 쿠바 공군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 이에 따라 미국인 3명을 포함한 단체 회원 4명이 사망했으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는 망명자 구조와 반(反)카스트로 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단체로, 창립자 호세 바술토는 당시 세 번째 비행기에 탑승해 공격을 피했다. 그는 이후 “동료들이 하늘에서 격추되는 것을 목격한 뒤 수십 년간 가슴에 큰 고통을 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과 미국 내 쿠바 망명자 사회, 일부 의원들은 오랫동안 카스트로의 책임을 묻고 기소를 촉구해 왔다. 미주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격추 당시 세스나 조종사들은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한 채 공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미국은 1월 초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비롯해 쿠바로의 모든 원유 공급을 사실상 차단했고, 쿠바는 극심한 경제·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지금도 쿠바의 실권자로 알려진 카스트로가 기소되면,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무력으로 체포해 법정에 세운 것과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