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국장 13개월만에 경질…가향 전자담배 놓고 트럼프와 충돌

낙태약·신약 승인 문제로도 사사건건 갈등…보수단체·제약업계 불만 누적
후임에 트럼프 주니어 측근 변호사 출신…보건당국 리더십 공백 심화

로버트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마티 매캐리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지난해 11월 10일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서 있다. (자료사진) 2025.11.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마티 매캐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12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지난해 3월 상원 인준을 거쳐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13개월 만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번 사임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한 '정치적 경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가향 전자담배 승인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었다.

매캐리 국장은 청소년의 중독을 우려해 과일 향 등이 첨가된 전자담배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가 '전자담배 산업을 지키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매캐리를 압박했고 FDA는 지난주 입장을 바꿔 일부 가향 제품을 승인했다.

매캐리 국장은 낙태약 문제로도 압박을 받았다. 보수 진영의 핵심 지지층인 반(反) 낙태 단체들은 우편으로 낙태약을 배송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되돌리라며 그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제약업계의 불만도 컸다. 매캐리 국장은 신약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결정으로 업계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임기 내내 FDA 고위직이 수시로 교체되는 등 조직 관리 능력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며 백악관의 교체 명분에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티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몇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경질 배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매캐리 국장이 문자로 보낸 사직서를 공개하며 그의 사임을 공식화했다.

이제 FDA 국장 자리는 카일 디아만타스 FDA 식품 담당 부국장이 대행한다. 변호사 출신인 디아만타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미국 공중보건 시스템의 리더십 공백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공중보건서비스단 수장 자리도 공석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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