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네오콘 전략가 "이란전쟁에 美위상 유례없는 추락…완전한 패배"

로버트 케이건 "과거 진주만·베트남전 패배와 차원 달라…복구 불가능"
"동맹은 등 돌리고 적들은 대담해져…글로벌 패권 '연쇄 붕괴' 시작"

ⓒ 로이터=뉴스1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이란과의 전쟁이 '미국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패배'라는 평가가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 진영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네오콘 전략가로 꼽히는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디애틀랜틱 기고문에서 "이번 패배는 단순히 군사적 후퇴를 넘어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 자체가 붕괴하는 신호탄"이라고 경고했다.

케이건은 과거 이라크 전쟁 등 미국의 군사 개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인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에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케이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이 군사적 성과와는 무관하게 미국의 외교적 신뢰와 전략적 자산을 모두 탕진한 '체크메이트(외통수)' 상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이란과의 대결에서 입은 패배는 수리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의 참혹한 피해는 결국 승리로 만회했고,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는 비용이 컸지만 세계 패권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일이라 미국의 지위에 치명상을 입히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전의 결과는 다르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케이건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시설 대부분을 파괴하고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전쟁의 결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이 이란의 손에 넘어가면서, 미국은 전략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었다고 봤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 삼아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이란의 동맹인 중국과 러시아라고 케이건은 지적했다. 이란의 부상과 함께 중·러의 국제적 역할은 더욱 강화된 반면, 미국의 위상은 유례없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케이건은 "이번 분쟁은 미국의 용맹함을 보여주기는커녕, 스스로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는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사실만 드러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실패'를 목격한 전 세계 국가들의 반응이다. 케이건은 이를 '연쇄 반응(chain reaction)'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제 미국의 보호 능력을 의심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케이건은 미국의 적대국들이 미국의 약점을 파고들며 더욱 대담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은 이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패배의 후폭풍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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