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무역' 中양보 원하는 트럼프…대만 놓고 '나쁜 거래' 우려

트럼프 "대만 무기 지원 논의"…시진핑 '대만 독립 반대' 요구할 듯
전문가 "트럼프, 민감한 대만 문제 다룰 능력 의심"…대만 "얘기 안나오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과 대만 관계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언행이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만 국방 지원 정책과 관련해 "시 주석은 우리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대만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인 110억 달러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 대만 입법원은 지난 8일 미국산 무기 구매를 위한 7800억 대만 달러 규모의 특별 국방 예산을 승인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다)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의 주권에 대해서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거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식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동시에 중국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대만이 자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규모 미국산 무기를 제공해 왔다.

중국은 미국이 보다 명확하게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밝혀줄 것을 원하고 있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 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외교적 사안인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서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주장하고,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 체제를 흔들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국 감축을 결정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에 비협조적이었던 유럽을 겨냥하기도 했다.

외교관들과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 기조를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에서 "우리는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로 바꾸도록 압박할 수 있다며 미세한 표현의 차이라도 정책 변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너선 진 연구원은 "대만 문제는 매우 미묘한 문제로 겉으로는 별 차이 없는 표현처럼 들리지만 전략적 파장은 매우 크다"며 "문제는 트럼프는 그런 수준의 정밀함을 갖고 정책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대만 지룽에서 대만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5.12.30. ⓒ 로이터=뉴스1

백악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트럼프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모든 참모들과 모든 자료, 브리핑, 논의는 대만 문제를 현 상태로 유지하고 관련 논의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입장에선 대만을 희생시키더라도 손해는 없다"며 "그는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주의 미래와 같은 이념적 가치에 고민을 두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실용적 경제 관점에서만 사안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이나 이란 전쟁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대만 정책을 거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 주재 아시아 외교관은 "우리는 중국이 미국의 대만 정책 양보를 대가로 이란과의 협상을 중재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거래를 제안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만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에서 대만 논의 내용에 불안해하며 차라리 대만 문제가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프랑수아 우 대만 외교차관은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시진핑과 트럼프 대통령 간 대화에 오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에게 설득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알렉스 그레이는 "이번 회담은 전략 회담이라기보다 경제 중심 회담이 될 것"이라며 "미국 싱크탱크들은 10년 넘게 대통령이 대만을 버릴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1979년 이후 어느 대통령보다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