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건들락 "사모대출은 제2의 닷컴버블…개미들 돈 잃을 것”

"돈 필요할 땐 못 찾는다"…건들락, 사모대출 폭탄 돌리기 경고

자산운용사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 2025. 5.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 위기로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결국 돈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사모대출 시장 구조는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파생상품 시장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건들락 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연구소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현재 사모대출 시장은 과거 닷컴 시대와 주택저당증권(MBS) 열풍과 붕괴 국면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람들이 결국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자문사와 판매 중개인들이 높은 수수료를 노리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사모대출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고 비판했다.

건들락은 "설명서에는 환매 제한 장치(gating mechanism)가 적혀 있었겠지만 상당수 중개인들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결국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보유자(bag-holder)'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모대출 업계가 상품을 '준(準) 유동성(semi-liquid)'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건들락은 "준유동성이라는 이름은 거의 악마적인 표현"이라며 "투자자가 돈을 찾고 싶지 않을 때는 유동적이지만, 정작 돈이 필요할 때는 비유동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모대출 업계는 대규모 환매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기관투자자 중심이던 시장에 개인 자금을 대거 끌어들이려 했지만, 중동 전쟁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최근 자산운용업계 내부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비유동성 자산을 판매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밀컨 콘퍼런스에서도 지난해의 낙관론과 달리 환매 제한과 자산평가 문제를 둘러싼 방어적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건들락은 그동안 사모대출 시장의 불투명한 자산평가 방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과거 "사모대출에는 사실상 가격이 두 개뿐"이라며 "100 아니면 0"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상시에는 자산가치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위기가 오면 실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이 이뤄지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가치가 붕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현재 위험한 신용이 공모시장보다 사모시장 내부에 더 많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건들락은 "현재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공모채 시장의 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좋아졌다"며 "진짜 문제는 사모시장 내부에 감춰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대출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은행 규제 강화와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급성장했다. 블랙스톤·아폴로·블루아울 등 대형 운용사들은 개인 투자자 대상 준유동성 상품 판매를 빠르게 늘려왔다. 그러나 최근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일부 펀드는 인출 제한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건들락은 사모대출 시장 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번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닷컴 버블이나 모기지 시장 붕괴 때와 달리 지금은 데이터가 훨씬 느리게 드러난다" "시스템 리스크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확실히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